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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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는 그의 프로필, 얼굴, 키, 말빨, 직업,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이름조차, 조국인가. 

조국의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노무현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부엉이 바위의 비극은 없었을 것을...
이런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
바보 노무현이 남긴 것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 <진보>의 유능함에 자부심까지 가지게 된다. 

정치인은 악마적 힘과 손잡는 사람이다.
악마적 힘과 손을 잘못 잡으면 내가 넘어가고,
                        포기하면 반대 정파가 이 힘을 사용하여 나를 억누른다.
그 힘을 정확히 사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막스 베버, 253)

사람들이 노무현에게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힘을 줘도 못 쓴 부분. 

노무현은 두개의 전선을 만들었어야 했다.
개혁 입법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2중 전선을...
전자에 올인 할 것이 아니라 후자에 제도적 말뚝을 박는 데 힘을 배분했어야 했다.(138) 

정치적 기본권과 <밥>의 문제는 분리할 수 없는 것인데, 그만 놓쳐버린 그 것을 한나라당이 주워가진 것이다.
"밥 먹여준다"가 승리한 것이다.
진보의 과제는 "더 좋은 밥을 행복하게 먹여줄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는 데 있다. 

진보가 꿈을 꾸는데만 그친다면 맨날 무능하단 소리밖에 못 듣게 되어있다.
그러나 그 꿈을 다른 사람과 같이 꾸면서 현실화해야, 일상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진보로 거듭날 수 있다. 

물론 조국의 <진보, 개혁>의 범주는 명쾌하지 않다.
2007 경향신문 <한국 사회 지식인 지도>에서 '중도 좌파 탈민족주의 진보적 사회시민론자'로 분류된 그의 시점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의 지형도는 <수구 꼴통>과 <진보, 개혁>의 연합체 구도를 살피게 된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고 난 한국 사회는 러셀의 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를 해 왔다.

   
  어리석은 자들은 독단적으로 자신만만한데 반하여,
똑똑한 자들은 의심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 세상의 문제다.
 
   

그래서 분열과 반목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을 비극 속에 보낸 국가로서,
이제는 진보의 집권을 준비하고 학습 효과를 드러낼 때가 되었다. 

그러기에 이 책은 노무현의 유작들에 비하여 훨씬 비중있게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그려 보여 준다. 

그러나 정치권의 행태도 한심하다.
"왕이 되기를 포기하고 영주에 머물고자" 하는 봉건적 야당 민주당(72)도 개조해야 한다.
촛불 정국 이후로 지친 386도 끌어 안아야 한다.
그럴 때, 그는 적절한 시구절 하나 옮겨 온다.
이렇게 시까지 아는 완벽한 남자, 좀 징그러울 지경이다.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네.
그러나 잠들기 전에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더 걸어가야 할 몇 마일이 남아 있다네. (로버트 프로스트, 79) 

386이 앞으로 더 걸어가야 할 길을 이 시 한 구절로 마무리되는 걸로, 그의 이야기의 간결함이 돋보인다. 

세네카가 했다는 말,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일어나는 것(312)'도 한국 정치에 거는 기대와 부합하지만,
"뭐든지 애매하게 방치해 두면 안 된다.
그것은 후배들, 후세대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
짚을 것은 붐명히 짚고 넘어가는 풍토가 진보, 개혁 진영에서 만들어 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223)"이 그와 오연호의 기대다. 

김대중이나 노무현 모두 신자유주의 추종자이므로 <진보>로만 뭉치자는 사람들은 더욱 반성해야 하고,
'영주'에 머물려는 우스운 야당도 과거를 통해 많이 배워야 한다. 

결국, 부엉이 바위에서 배우지 못하는 시민은, 독재 세력의 젯밥이 되어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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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6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6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0-11-0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책 살꺼예요.^^

글샘 2010-11-06 21:3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 봐야 하는 책이라 생각해요. ^^

북극곰 2010-11-1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나오기도 전에 글샘님의 소개글을 보고 미리 구매?해놨더라지요. 요즘은 책을 안 읽기로 한 상황인지라 조금씩만 보고 있어요.^^ 자주 들러서 많은 것들 배우고 갑니다.

글샘 2010-11-12 12:05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선 배울 점이 많습니다. 차분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죠. ^^
그나저나 조국 교수도 인권위에서 나오고... 인권이 없어지는 판국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