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탐닉 - 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김혜리가 만난 사람 2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지승호의 인터뷰가 사회정치적 함의를 품은 인터뷰이들을 만나거나 감독들만을 집중조명하여 만나는 것들이었다면,
시네 21의 김혜리 기자가 만난 사람들은... 폭의 한정이 없다.
유시민같은 정치가부터 고현정같은 탤런트, 정재승은 물리학자, 장한나는 첼리스트, 김제동이나 김미화같은 의식있는 개그맨 등, 그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삶의 고단함과 함께, 치열한 삶에서 묻어나는 재미가 살아 울린다. 

김훈이 밥벌이의 지겨움이라고 썼지만,
그 지겨움 안에서 김훈은 '프로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자기 일을 즐긴다'는 생각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은,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나 신경민 앵커 등,
소위 방송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법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안에서,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의 전문적 소양을 집어낼 만한 질문들을 편안하게 이끌어 내고,
인터뷰이들의 담담한 이야기 속에서 나는 '프로 근성'을 찾아 읽는 재미를 느낀다. 

이 책의 각 인터뷰는 단속적인 것이어서, 요즘처럼 책읽기 쉽지 않은 계절에 딱 어울리는 독서 캐릭터다.
고현정을 읽다가 정우성과 김혜자, 정두홍, 하정우 등의 연예인을 몰아 읽을 수도 있고,
김연수, 김경주 같은 문학을 최규석의 만화와 엮어 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단어는 <매직>이다.
천안함에서 발견된 북한산 불후의 파란 색 매직 말고, 마법적인 매직.
정성일 감독이 어려서 후진 국산 영화를 보다가 이만희 감독의 '삼포가는 길'을 보고 <매직>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하는 구절에서 등장한 용어인데, 무슨 일이든 그런 면이 있다.
붓글씨를 쓰는 순간에도 어느 순간, 자신의 필력이 확 두드러지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고,
줄넘기 이단뛰기를 두세 번도 하기 어렵던 팔다리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일이 십번을 할 수 있는 매직의 순간을 경험하게 마련이다.
독서에서도 마찬가지고, 운동도 그렇고, 음악 연주도 그렇다.
그 매직의 순간을 맛보려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 책은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행복한 독서를 만나는 일인 것이다.
스물 두 편의 인터뷰를 읽노라면, 품질이 균질하지 않은 일은 당연한 일일 것인데, 그러나... 작가의 능력보다는 톡톡튀는 새콤한 인터뷰이들의 이력서가 이미 그 <매직>의 순간을 들려주기를 약속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이다.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기억의 총합이다. 

이런 경구가 있다고 한다.
정재승처럼 <뇌>가 인식하고 있는 그 전류의 흐름이 사실은 존재의 본질일는지 모른다.
내가 만난 사람들.
사랑했던 사람들, 애증이 얽혔던 사람들... 과연 그들에게 나는 최선을 다하였던지...
이 책에선 나보다 훨씬 최선을 다해 초점을 맞추기 위하여 볼록렌즈를 치열하게 한 점에 맞추는 순간들에 땀흘린 기억들을 술술 풀어 주고 있다. 그래서 김혜리 기자가 고맙다.
그들의 초점 맞추기 작업들을 김기자를 통하여 만나는 일은 황홀한 매직의 순간을 함께, 할수 있는 행복이니깐. 

김명민이란 멋진 배우가 '배우의 배'자는 사람인 변에 아닐 비자를 써서,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자기를 잃어버리는 사람만이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이런 철학.
그런 이야기를 듣는 일은 인생의 매직이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관심>을 가지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지금에 관심을 가지고, 매직의 순간까지 초점맞추기, 땀흘리기를 부정하지 않고 매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이토록 힘들어하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
내가 날마다 짜증내며 서있는 교단은, 수만 명의 임용고사 준비생들이 합격의 기쁨을 누리기를 꿈꾸는 꿈이 자리다.
그걸 안다면, 힘들다고 짜증내며 살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문학 평론가 '신형철'의 이야기 속에서...
한국 시 비평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시를 자꾸 2차 담론으로 번역하려고 한다는 거.
한용운의 문장 스탈은 기억이 안 나고 님의 침묵의 '님'은 은유다...
지금도 시 비평의 대부분은 시인이 하고 있는 말이 뭔지 산문으로 옮겨놓는 것.
이 경향이 초래하는 문제는 메시지가 별것 없거나 전달이 잘 되지 않는 시는 곧장 '소통의지가 없는 시'로 규정한다는 것.
이런 구절이 있다.
나의 시 특강이 달려가야 할 바가 무엇일지... 생각할 포인트를 주는 구절이다.
모든 시에 열려있는 특강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한때 유행했던 말 중,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인생의 포인트가 있었다.

꿈끼깡끈꼴꾀꾼...들이 그것이다.
꿈(희망)을 가지고,
끼(재능)를 기르며,
깡(근성)을 닦고,
끈(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꼴(모습)에 책임을 지고,
꾀(지혜)를 닦음에 게으르지 말고,
꾼(전문가)이 되라는 말. 

김혜리 기자의 이 책에서는 꿈끼깡끈꼴꾀꾼들이 가득가득하여, 행복한 독서가 될 것을 보장해 준다.
이 더운 여름, 스물 두 명의 꿈끼깡끈꼴꾀꾼들과 무더위를 식히는 일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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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11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그냥 다 읽은 것 같아요 ㅋㅋ
<매직>을 경험해야 할 텐데
매직펜만 손에 쥐고 있으니...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말도 울림이 크네요.
글샘님의 시 강의는 시는 물론이고
시 아닌 것도 시로 보게 만드시는데요 뭐(예를 들자면 스카치테이프 ㅋㅋ)^^

글샘 2010-08-11 07:44   좋아요 0 | URL
나쁜 리뷰란 소리네요. 책을 읽고싶어지게 만들지 못하는... ㅎㅎㅎ
스카치테이프만 기억하는 공부 안 하는 학생인 건 아니시죠? ^^
제 시 강의는 어찌 흘러가다 보니, 아직은 유명한 시, 아름답고 읽히고 싶은 시를 고르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제 의지는 앞으로 100회 200회까지 롱런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관성에 의해 굴러가선 안 되고, 뭔가 사유가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도, <매직>이 오겠죠?

sslmo 2010-08-1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그 매직이란 거...
달리기하는 사람들이 느낀다는 Runner's high랑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싶어요~

전 제가 지금 하는 일이랑 관련하여서는 그 '매직'의 순간을 경험한 거 같은데,
그 매직의 순간은 잠깐이더군요.

그래서 또 다른 매직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때는 준비되었을 때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운도 남지 않을 정도로 너무 후딱 지나가는 그런 거 말고,
추억하며 되새김질 할 수 있을 정도로...나중에,천천히~!

글샘 2010-08-11 13:3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하산하세요! ^^
매직의 순간이란 게 짜릿한 순간적 감정이 아니라, 프로가 자기 일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꾼'으로서 만나게 되는 진정한 환희가 아닐까 합니다.
근데... 인생 자체가 준비된 연후에 되는 게 뭐가 있던가요? ㅎㅎㅎ
나중은 없습니다! 되새김질은 노령연금받으면서 요양병원 가서 같이 해요. ^^
지금 하시는 일에서 더 고양된 매직의 순간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뭣도 모르면서 말만 번지르르한...)

sslmo 2010-08-11 15:18   좋아요 0 | URL
매직의 순간 다음은요~
아깐 얘기할 수 없었지만...고상한 표현으로 하산이고 곤두박질이겠죠,ㅋ~.

옛날 생각 나서,페이퍼 하나 만들었어요.
트랙백으로 걸려다가...샘한테 반항한다고 할까봐 무서버서~=3=3=3

글샘 2010-08-11 17:10   좋아요 0 | URL
트랙백 걸어주세요. 안 그러면 안 보겠습니다. ㅎㅎ

sslmo 2010-08-12 09:38   좋아요 0 | URL
혹,즐찾 등록은 해 놓으셨겠죠?
(트랙백 글이 안 보인다던가 하진 않겠죠?^^)
실은 어제 하산 하라는 말에 울컥해서 옛 페이퍼를 찾아 올리긴 했는데...
샘만 읽으심 블라인드 처리 해버릴려구 했었거든요.
헐~하룻밤 사이에 추천들 하신 거 보고...어쩌지 하고 있어요~

글샘 2010-08-12 10:18   좋아요 0 | URL
ㅎㅎ 하산하란 말에 울컥할 정도로 소녀이신 거? ^^

뭘, 어쩌지...예요. 그냥 냅두는 거죠.

아직도 그런 감성이 살아있으신 걸 보면, 달인이 되려면 엄청 멀었네요.^^
칭찬이고 격려인 거 아시죠?

2010-08-12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