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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평점 :
왠지(?), 느낌이 좋았다.
나는 남자지만 느낌이 좋은 책은 10중 8,9 결과도 좋다.
이 책은, 그 중 1이 되었다.
표지 디자인도 이쁘다.(굴라쉬 브런치란 글자가 블루 라벨로 반짝이는 장정이라니...)
그리고 사진은 회색인데, 알라딘 사진에는 하늘색으로 뽀사시하게 나왔다.(나는 도서관에서 빌렸으니 꺼풀을 벗겼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진에 오래된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두 사람의 여행객.
캬, 사진만으로도 객수가 확 밀려온다.
그런데,
막상 글을 읽어나가다가,
윤미나 이 여자 누구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이 매끄럽지 않고, 지나치게 속된말이 일상화되어 있다.
김어준도 아닌데, 이 책을 손에 들었을 사람들에게 마치 블로그에 쓰듯 적는 건, 이 책에 바쳐진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하나만 예를 들면, 145. 여기는 내 나와바리도 아니고... 깡패가 아니라면, 책에서 이런 말을 듣는 건 불쾌하고 불편하다.
그리고,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라고 했는데, 스무 권 가량의 영어책을 우리말로 옮긴 출판번역가. 라고 책날개에 소개되어있지만, 그가 번역한 책이 어떤 것인지는 없다. 굳이 찾아보았더니... 그닥 문학적인 쪽이라기보단 처세술 같은 가벼운 쪽이었다.
이 작가는 비유를 엄청 좋아하는데,
비유란 것은 평범한 일상의 말을 쓸 때보다, 그 비유를 들었을 때 마음 속에 새겨지는 울림이 더 진한 경우에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비유를 읽노라면 도대체 이거랑 그거랑 어떤 점이 유사한 거야? 이런 생각이 숱하게 많이 든다.
사랑하는 남자의 편도선을 씹는 기분이랄까? 헐~ 이게 비유라고? 엽기다. 그로테스크 취향 있나?
한 차례의 루틴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루틴이 시작되는데도 버스 기사는 전심전력을 다한다.(205)
이런 감동을 쓸 수도 있지만, 과연 한국인 독자 중에 '루틴'이란 말이 '똑같은 일을 하는 순환되는 반복, 판에 박힌 일'임을 늘 알고 쓰는 이가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이 깊지 못한 결과다.
쿨하지 못하다는 것에 대한 공포. 이제야 그 도시적인 강박에서 해방된다.(132)
누구나 살면서 쌈박하게 쿨하게 일처리를 깨끗하게 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렇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그렇지만, 윤미나는 이 공포감이 지나치다. 그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여행기를 쓰다보니,
이렇게 아까운 종이, 이 두꺼운 종이에 이런 수준의 글을 박아 넣고 만 것이다.
작가는 엄청 쿨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친절하지 못하다.
영애씨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이유는 그가 친절했기 때문이다.
친절한 사람은, '젠장 짜증이 났다. 이런 데서 라디오헤드가 나온다면 그게 미친년인 거다. 심한 간지가 살 것 같았다.' 이런 말을 쓰는 데 조심해야 한다.
유럽을 세 나라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경제적, 심리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안 되는 사람들이 그의 글을 통해 대리체험하고 싶었던 것은,
다이제스트로 주어지는 문학 사전 투의 불친절한 작품 해설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보기는 자기가 다 보고, 수다만 떠는 것도 아닌 것이다.
친절한 윤미나가 되려면,
글이 좀더 묘사적이 되어야 했다.
이 책은 자기가 겪은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서사적이다.
그걸 좀더 절제할 줄 알았어야 했고, 그 묘사에 어울리는 사진들을, 잘 못 찍었더라도 함께 보여 줬어야 했다.
각 챕터의 첫부분에 무슨 작품인 양 곁들인 사진들을 원하려 12,800원을 투자한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책의 맨 앞 부분에 아무런 설명도 없는 사진이 8페이지에 걸쳐 23장이나 나열되었을 때, 나는 그 불안감의 일단을 잡고 있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끝날 때도 8페이지에 19장의 사진이 아무 설명없이 덧붙여져 있다.
편집자의 무신경이거나
작가의 무관심인거나...
나의 무자비거나...
비노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와 여행을 했다면, 그 비노의 사진도 한 장 곁들여 줬으면 더 좋고,
그리고, 이런 외국어(비노=와인)를 쓰려면 제일 처음에 주를 붙여주는 것이 옳지,
그런 말을 꼭 프라하 다 지나고, 두브로브니크 가서야 들려주어야 옳겠는가?
프라하, 두브로브니크, 블레드...
숲이 많은 나라 슬로베니아나 체코, 크로아티아 같은 나라를, 그 안갯속을 걸어보고 싶은 것은 이 궁벽한 반도의 섬나라 사람들의 한결같은 로망이다.
12,800원이나 책값을 붙여 두었으면, 우리 인간적으로, 이렇게 불편한 책을 만들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기행 에세이 중 가장 불편했던 점.
그렇게 2차원의 지도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 지도나 시 지도를 한 페이지도 할애하지 않을 수 있는 건지...
나는 다 읽고 나서도 화가 난다.
나의 무자비거나,
작가나 편집자의 무신경, 무관심이거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