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지음, 서은국 외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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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 

인터넷. 

요즘 이걸 정말 실감한다.
내가 알 필요도 없는 뉴스를 맨날 쳐다보면서 짜증을 있는대로 낸다.
내가 보아서는 안될 - 혈압 상승치를 최고조로 만드는 - 이미지를 만나고 화를 버럭버럭 내고,
읽어서는 안되는, 말도 안 되는 문자들을 보면서 온갖 욕설을 내뱉는다.
운전이 익숙해진 요즘, 내가 욕하는 일은 온통 인터넷을 통한 흥분의 결과이다. 

그러면,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권장할 일은 무얼까?
사람을 만나도... 역시 더러운 이야기들을 입에 올려야 해서... 또한 씁쓸한 과거를 떠올려야 해서, 내지는 함께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 실망감이 많아서... 행복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책만 읽고 있을 수 있도록 누가 지원해 준다면, 완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책읽는 일 외의 모든 일을 딜리트! 한 상태의 독서를 내가 상상한 것은 아니므로, 이것도 정답이 아니다. 

도대체, 왜 인간은 행복해지고 싶어하지만, 도무지 행복해지지 못하는 걸까?
행복에 대한 가장 탁월한 정의는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니나'의 맨 첫 구절이 아닐까 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그 불행의 모양이 나름나름이다. 

결국 불행한 사람들은 인생의 숱하게 많은 요소들 중 어느 한 가지만 빠져도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치부하게 된다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그룹에 든다는 생각이 안들기 위해서는 어떤 불행한 일도 없어야, 비로소 행복한 가정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  

이 책의 원제목이 Stunbling on Happiness이다. 행복에 발부리가 걸리다... 정도. 
행복에 걸려 비틀거린다는 건... 행복이란 우리 생각과 계획에 딱 맞춰 당도해주는 건 아니라는 것.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부리에 툭 걸리는 것인데, 그걸 바라고 계속 걷노라면... 결국 안 걸리는 걸음걸음에 행복없음을 불행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진실 중 하나는 정말로 멋진 일도 처음 일어났을 때는 매우 감격스럽지만, 그것이 반복될수록 그 놀라움이 시들해진다는 것.(190) 

로또만 걸리면, 대학만 들어가면, 저 사람만 내 사람으로 만들면, 지금 갚고 있는 빚만 다 갚으면, 저 집을 살 수만 있다면,
승진을 하기만 하면, 대기업에 취업이 되기만 하면, 고위직 공무원에 임용이 되기만 한다면...
세상에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은 것이 '지금'의 심리지만,
일단 그것을 이루고 나면, 시들해지게 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 

미래에 대한 생각들은 현재에서 시작해 현재로 끝난다. (200)
우리가 살 수 있는 삶은 바로 이 순간, 현재뿐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뇌'는 늘 과거 또는 미래와 '상대적으로 비교하기'를 잠시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세일' 상품을 파격적으로 광고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쌀 것을 기대하고 백화점에 가지만, 결국 조금 더 나은 제품들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노라면, 왕창 소비의 덫에 치이는 수가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은 심리학적 성과들을 끌어들이고는 있지만, 딱딱하지 않고,
많은 계발서들과 공통되는 이야기들도 하고 있지만 부실하지 않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책장도 휘리릭 넘어가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도 행복한 순간이 남들보다 적은 것일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남들보다 재수없는 인생을 타고났다는 푸념을 할 기회는 인생에서 많고도 많고 쌨고도 쌨으므로...
이 책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 흥분하고 열받는 일에 비하자면, 나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투명한 눈을 길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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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2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에의 강박관념만 버리면 될 것 같은데...ㅎㅎ
저야 뭐 무신론자이지만...
조그만 것들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요럴 때 문득문득 행복이란 걸 느끼게 되구요.^^

글샘 2010-05-27 16:08   좋아요 0 | URL
제가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힘들 때, 목이 아픈데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
아, 이 학교로 괜히 온다고 했구나... 후회하기도 하지만요...
제가 나가면, 제 자리를 노리고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를 생각해 보면, 제 자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기만 하면 행복할' 곳으로 여기는 곳인지... 생각하곤 합니다.

페크pek0501 2010-05-2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하늘이 맑고 해가 빛날 때/방안에 있는 건 죄지요,
이런 때 밖에서 바람을 쐰다는 건/ 바로 덕을 쌓는 거지요,
성찬경 시인의 글임. 이 문장을 가지고 어느 블로거가 이렇게 썼어요.
그리울 때 만나지 않는 건 죄지요.
이럴 땐 전화라도 해서 목소리라도 듣는 게 덕을 쌓는 일이지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답니다.
(나의 댓글 - 그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죄이지요. 바로 실천하는 것이 덕을 쌓는 일이지요.)
행복이란 생각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운 사람과 통화하는 게 행복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통화로 마음의 균형을 잃어 불행해지는 사람도 있고...
같은 상황이라도 행복과 불행의 체감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글샘 2010-05-27 16: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일이 중요한 거 같애요.

페크pek0501 2010-05-2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위의 댓글을 쓰고 보니 좋은 생각거리일 듯해서 제 블로그에 그대로 옮겼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