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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김선우 지음, 정경심 그림 / 열림원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오늘 종일 심하게 세찬 비가 내렸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리는 모습은,
30년 전, 이 땅을 메웠을 함성 소리와 전차의 캐터필러 소리, 기관총의 소음까지도 뒤덮을 듯 장엄하게 퍼부었다.

광주의 자식들에게는 성스러워야할 오늘이,
어떤 가진자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하루였던 모양이다. 별 잡스러운 뉴스가 다 들린다. 치사하게도.
아직도 광주는 불타고 있다.
광주의 원혼에게 해원굿은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금지하는 현실에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지 않은 이들의 죽음을 무엇으로 위로할 것인지...
그 한맺힌 원한을 아직도 풀어주려는 의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치사한 정부가 꽃팔리다.

김선우의 바리공주는 '바리데기 설화'라는 서사 무가를 나름대로의 필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정경심의 그림이 여백의 아름다움을 잘 살리고 있다.
버려진 공주 바리 공주는
자기를 버린 아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온갖 고초를 겪고 생명의 꽃가지와 약수를 떠온다.
결국 원한을 푸는 해원의 길은 '생명'의 화해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길 뿐이다.
광주의 해원은 전두환의 목을 치는 데 있지 않다.
광주의 그 뜨거웠던 열흘간을 오롯이 살려서 본받아야 할 정신으로 떠받들고,
그 광주 코뮨의 아름다웠던 사례를 영화로 만들거나 교과서에 넣어 독재자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자들의 영혼을 미화하며,
감추려는 자들의 비겁한 행위는 결국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다는 정의로움을 가르치는 소재로 삼을 때,
비로소 여러 소리가 화성을 이루어 하모니의 조화를 일구어내게 될 것이다.

죽음을 죽음으로 내버리지 않고,
죽음을 살려내는 꽃가지를 구해다 바치고, 약수를 떠오기 위하여 온갖 고초를 겪는 바리데기는,
온갖 원한으로 얼룩진 한국의 현대사에 바치는 한 바탕의 해원굿이 아닌가 싶다.
4.3때 한라산에서 죽어간 몇 만 영혼과,
전쟁에서 산화한 260만 전사자, 양민들, 학살된 양민들과 억울한 주검들의 흡뜬 눈들...
4.19와 5.18 사이에서 원인도 모를 죽음을 맞게 된 젊은이들...
그 죽음들을 밝은 곳으로 이끌고,
상생의 정치를 펼칠 날은 언젠가 오기나 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