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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지음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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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은 투명하다.
그러나 프리즘을 투과한 후의 백색광은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의 가시광선을 뿜어낸다. 

리영희라는 '현상'적 지식인의 8순을 맞아 그이의 삶의 궤적을 다양한 분석가의 시선으로 이야기집을 만들었다.
물론, 리영희 선생님 찬송가 류의 책을 그분께서 사양하실 터이고, 그런 짓은 다분히 리영희스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 작업은 리영희 선생의 글들을 읽은 사람들, 또는 그 시대, 요즘 사람들의 삶에 아로새긴 영향까지 다양한 시선들로 분석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 짧은 책 안에는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의 주름살들이 켜켜이 아로새겨져 있고,
나의 지긋지긋한 껌정색 터널같던 대학 생활의 최루탄 매캐한 내음이 가득 담겨져 있고,
MT라는 것을 가서도 흐릿한 복사물들을 읽고 학습을 하며, 강가에서 모닥불 피우는 시늉을 하면서 복사물들을 증거인멸했던 한편 우스운 과거들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포스트-리영희의 탐구에 있다. 

리영희의 시대는 폭력배들, 파시스트들의 <우상>을 파괴하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이성>이라는 무기를 벼렸던 시절이었다면,
리영희 선생이 건강상 이유로 붓을 놓으신 이후,
세상은 '우성과 이상'의 시대로 바뀌어 흐르는 것 같다. 

인간을 '우성'과 '열성'인자로 나누고, 정규직, 제대로 된 월급, 삼성맨... 이런 우성 인자만이 살아남는... 개그풍으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국가가 나에게 해 준게 뭐가 있냐>는 열성 인자들의 패배의식이 공동체의식이 깨져버린 틈을 비집고 만연한 현실... 

이 비루한 세상에서도 '밥벌이의 지겨움'은 목구멍을 포도청으로 여기는 오늘도,
마지막 김현진의 인터뷰에서 리영희 선생의 목소리는 오히려 눈물겹다. 

사회는 그런 치열한 싸움이 없이 결코 변하지 않아요...(221)
악독한 사회는 반드시 패망합니다. 

미국에 대한 저주이며, 한국에 대한 예언이다. 

'결코, 절대' 등의 단어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생의 이야기.
무엇이 무조건 옳다. 그르다라고도 말하지 않고, 책속에만 있을 것 같은 단어도, 근사하지만 뜬구름 잡는 말씀도 않는다. 이런 게 진짜 실용주의...
어떠한 주장이나 입장에서도 시비가 있으며 반발감과 공감이 있는 법.
아무 반발도 없는 주장은 없고, 모두가 공감하는 견해란 없는 것.(226) 

리영희 선생님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 보니...
포스트- 리영희 시대가 슬프지만은 않다. 

'우성'만의 시대로 가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다시 리영희 선생의 '이상'을 읽을 수 있어 반가웠던 책. 밑줄을 수도없이 그으며 다시 나를 추스르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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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3-1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이 책 받았습니다. 리영희 선생 같은 분이 계셔서 이 땅 위에 조금이나마 악독함이 덜해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글샘 2010-03-11 09:47   좋아요 0 | URL
사악함이 덜해진다기보담은, 사악함과 싸울 힘이 생기는 거겠지요. 재미있고 날카롭습니다. 잘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