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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MB를 넘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
손호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레토릭...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 '수사법, 수사학' 이런 뜻을 가지고 있지만, 수사법은 직유법부터 배우는 우리 국어 교육의 변태적 과정상 '표현하는 기예, 설득하는 매력적 기술' 정도로 많이 쓰이는 말로 정리를 하겠다. 

예를 들면 독재자가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하는 말을 붙이면, '조국과 민족은 내 아래 꿇어!'하는 말이란 뜻이다. 

요즘 가장 물오른 개그맨으로 박성호를 든다.
'남(성인권)보(장)위(원회)'라는 이름 자체가 좀 정치적으로 보이는데, 내용은 상당히 우습다.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묘한 관계를 남녀탐구생활과는 조금 다른 레토릭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남녀탐구생활>에서는 나레이터의 조금 딱딱하면서도 직설적인 어조와, 그와는 조금 안 어울리는 적나라한 남녀의 성격 차이를 그저 <설명하고 보여주는 showing> 방식의 표현을 사용한다면,
<남보원>에서는 노조원처럼 붉은 조끼를 입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그러고 보니 봉숭아 학당에서 이마에 붉은 띠를 두르고 ~~란 말입니까!하던 운동권 학생이 바로 박성호였다는 생각이 난다.) 북까지도 동원하여 관객을 일으켜 세운 다음 구호를 외치는 상당한 <설득하고 들려주는 telling> 방식의 레토릭이 사용된다. 

거기서 가장 인기있는 구절이, 강기갑 의원을 패러디한 외모와 권영길 의원을 패러디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하는 구절인데, 요즘에는 한창 남녀간의 불평등을 역설한 후, "잘못했어, 괜히 ~~ 했어, 괜히 ~~했어... 어떡해... " 이렇게 오두방정을 떨고 있자면, 황현희가 꼬마들 장난감으로 "뾰로롱" 소리를 내고, 그 뒤 전혀 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한 마디로 촌철살인의 개그를 보여주는 것이다. 

손호철의 시대 읽기 잡문 모음을 읽으면서, 왜 남보원이 떠오른 것일까... 

'노무현을 찍어서 과연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대학 등록금은 팍팍 오르고, 아파트 집값 내리겠다고 뻥은 쳐놓고, 아파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지 않았습니까? 복지 정책 편다고 해 놓고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비정규직만 잔뜩 늘려놓은 거 아닙니까!!
괜히 찍었어... 괜히 찍었어... 나 어떡해'... (뾰로롱) 대안은 이, 명, 박 , 커걱... 이런 개그가 번쩍 뇌리를 스친다. 

'과연 이명박 찍어서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뉴타운 건설한다 해 놓고는 용산에서 사람 태워죽이고, 서민 정책 펼친다면서 서민은 세금 폭탄에 눌려서 죽을 지경입니다. 학원은 더 많아지고 특목고만 늘어나서 파출부해서는 이제 애 학원비도 다 못댈 지경입니다!
괜히 찍었어... 괜히 찍었어... 나 어떡해'... (뾰로롱) 대안은 닥그네... 

요즘 정치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면 저질 개그도 그런 것이 없는데, 정치가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은 '국민에게 정치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악한 정치가의 의도가 함축된 레토릭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분단된 국가 상황에서 일제 잔재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채, 전쟁을 치르고 독재 정권의 부패를 틀어막기 위해 '반공'과 '공안' 정치만이 횡행하던 '비민주적'인 과거가 전혀 청산되지 못한 그대로 다시 '민주적 방식'의 탈을 쓴 '독재'의 시대가 발흥하고 있는 이 어두운 혼란기에, 마치 우리 안의 돼지들처럼 처먹을 밥을 서로 차지하려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닥그네와 운차니와 그 갈등을 전가하면서 돈을 버는 이메가가 사실상 현실 정치의 윗부분에 서 있다. 

올해 6월 선거가 있고, 작년 뜻밖에도 뜨거웠던 서거 정국의 1주기와 맞물려 돌아가면서 어떤 결과를 낳게 될는지가 자못 모두의 관심을 받게될 즈음, 용산에는 돈 주고 덮어버리고, 김연아와 월드컵으로 도배를 하려는 의도가 슬슬 일어나는데, 그래서 방송국 접수는 박정희의 총만큼이나 절실한 것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민주당은 븅신짓을 벗어나지 못하고, 유시민은 유훈정치에 나서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겨주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선언' 이상의 의미를 던져주지 않는,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라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위기론이 작가의 말대로 떠오르는데... 그 태어나지 않은 것은 '진보 연합'이 아니라 '닥그네'일 뿐이란 절망감이 자꾸 떠오른다. 닥그네와 친박계가 합리적 온건파...라는 선수교체를 준비중이란 우울한 예상이...(101)

야당과 진보가 <죽었다, 영원하라!>는 어불성설처럼, 그들은 이미 죽었는데, 영원하기를 바라는지도 모를 일이다. 신화 神話 김대중이 죽었고 新話 노무현도 죽었다. 민주당을 믿을 수 있을까? 유시민이나 문국현을 믿을까? 노회찬 심상정을 믿을까... 영원한 것은 가진자의 오만이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나름의 관점으로 그때그때 프레시안에 <시론 時論>으로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 이 책이다.(솔직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종류의 글이다. 그렇지만, 이런 정치적 관점들을 만나는 일이 싫은 것은 아니다. 좀더 정리된 그의 생각을 읽고 싶지만, 그의 다른 책을 읽으면 될 일이고, 솔직히 그는 좀더 현장에 많이 나가 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리라 생각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실개천이 흐른다면, 민주당과 진보 사이에는 한강(아니면 태평양)이 흐른다...는 노회찬의 말이 내 귀엔 이렇게 들린다.(285)
두 보수적 당들과 유권자의 다수 사이에 실개천이 흐른다면, 민노당과 진보신당과 유권자 사이에는 <레드 콤플렉스>, <반공>, <박정희>라는 태평양같은 바다가 가로막힌 것이나 아닐까 하는... 

그는 결국 민주당에게 좀더 왼쪽으로 가서 정책을 만들고, 패권주의적 경향을 탈피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경고하지만, 정세균의 <정치에너지>란 책 부제처럼 '더 진보적이고 더 민주적이며 더 서민적'으로 나가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건 그저 '말'이고 표를 얻기 위한 '레토릭'일 따름이다. 뭐, 그 레토릭은 딴나라당도 그대로 쓰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재보선 승리가 <축복으로 위장된 재앙>일 수 있다는 표현은 신랄하다.(322) 

09년 11월에 쓴 글에 <세종시 문제로 닥그네의 대선가도에 이미 아성이 된 영남에 충청표까지 더해져 더욱 확실한 날개만 달아주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세종시의 솔로몬 해답은 없는 것인가?> 아, 이런 표현은 우울하고 또 우울하다. 

헤겔의 이야기처럼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야 비상을 시작한다> 결국, 지식인은 대중의 움직임에 사후적 해석만을 할 뿐, 언제 대중은 분노하고 언제 대중은 침묵하는지, 그것을 알지 못하는 작가의 안타까움이 솔직한 '정치학자의 한계'일 것이다.(337) 

아, 다시 개그콘서트에 '지팡이 짚고 펭귄 걸음 걷는 전임 대통령'이나 '맞습니다 맞고요'로 별로 웃기지도 않는 개그가 등장할 날이 오기나 할 것인가.
그렇지만, 세상 어느 정치학자도 식민지 시대를 40여년 거치고(실지로 일제에 종속된 것은 청일전쟁 이후로 본다면 그렇다) 1953년 전쟁을 마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밑바닥 원조 경제 국가에서 7년만에 4.19가 일어날 수 있음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80년 광주의 피비린내가 채 식기도 전에, 자충수를 둔 올림픽 때문에 군대를 불러 일으키지도 못한 채 바톤을 넘겨주게 만든 6월 항쟁도 7년만에 일어나리라고 쉽사리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명박 집권에서 7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한국인의 좌충우돌 다이나믹 에너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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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글들은 언론에 발표된 것들이어서 휘리릭 읽어버릴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일이 맞춤법에 어긋난 부분을 체크하지 않았다. 아마 했다면... 20개 정도는 적혔을 듯 싶다. 편집자의 몫에서 더 깊이 공부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든지'를 써야할 자리에 '~~던지'를 쓰거나(경상도 사람일까?)
'이러쿵 저러쿵' 같은 것을 '이러 쿵 저러 쿵' 이렇게 띄어쓰는 등 수정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필자가 그랬잖은가.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도 중요하지만 '인격'도 중요하다고...(그래서 민중당 출신 김문수보다 한날당 출신 김용갑이 더 훌륭하다고...)
그 사람의 '글의 내용'이 물론 중요하지만, 책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지나치게 오류를 범하면 오히려 그 내용을 잡아먹을 수도 있음을 고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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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2-1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글샘님의 오타찾기는...저도 자꾸 오타가 눈에 들어오네요. 이제 읽기 시작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샘 2010-02-17 12:44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오타 한번 찾아서 올려 주시죠. ㅎㅎ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

2010-02-17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2-19 21:29   좋아요 0 | URL
오해라니요... ^^ 사정이 있으시면 그럴 수도 있죠 뭐.
아무 생각없이 무람없이 부탁드린 제가 더 미안하네요. ㅎㅎ

saint236 2010-02-2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충 몇개 찾았습니다. 띄어쓰기는 워낙 많아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