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의 원근법>을 리뷰해주세요
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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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에게 서승, 준식 두 형의 한국행은 디아스포라로서의 재일조선인이었던 그들에게 강한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국가주의라는 괴물이 잡아먹은 두 형의 어깨 위에서 날개가 돋친다.
그의 날개를 달고 서경식은 <평화와 전쟁>에 대해서 천착하게 되고,
돌발적으로 그의 글들은 미술을 통해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는 그림들, 그리고 화가들 이야기는... 반도롬하게 이쁜 그림들과 인생들이 아닌 바, 그의 트라우마는 다시 그의 영혼을 한국의 감방 안으로 불러 들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살상을 부르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그림으로 남기려는 노력들도 부수적일 것이고...
이런 것에 천착하는 서경식의 맷집도 끈질기고, 도판에 대한 자세한 해설도 돋보인다.  

여기 대해서 야노는 토론에서 이렇게 덧붙인다. 

서경식 씨의 책을 읽어보면, 서경식씨는 어둡고 비극적인 작품에 반응을 보입니다.
피에타도 그렇지요.
저같은 사람은 기독교의 교양주의적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서경식 씨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느끼지요.  
이게 옳고 그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그림이나 조각의 표현 속에 현재로 이어지는 비극성이 있다는 게 중요하죠.
거기에 개인적인 체험이 결부될 때 비로소 그 그림의 이야기가 제대로 살아났음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고흐의 그림도 단순히 옛날 사람이니까... 이렇게 말할 게 아니라,
거기에 살아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고흐' 이야기였다.
테오에게 일생을 기댔지만, 테오의 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던 영혼 고흐.
그를 야노 시즈아키는 <공허함에 밀도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고흐가 하려고 한 모든 것의 근본>이라고 일컫는다. 아무 것도 없는 풍경을 그리면 아무 것도 없어야 당연할 텐데,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육박해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편으로 돌진하면서 자신을 끌어당겨가는 풍경이 된다. 대상은 하나도 없는데...... 아, 고흐를 이렇게 꿰뚫어 보는 말은 ㅡ 글로 읽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시원스러운지...

172쪽 3행과 6행에 두 번의 큰 실수를 저질렀다.
번역기를 돌렸는지는 몰라도... 같은 발음이라곤 해도... 일본말 가마 를 솥으로 번역한 것은 결정적 실수다. 가마에는 '낫(鎌)'이란 뜻도 있고 '솥(釜)'이란 뜻도 있다.
여기서 솥이라 했지만, 그림에서 보듯, 낫이 옳다. 혹 편집자가 본다면, 이 심각한 오류는 바로 시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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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2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낫인데..
이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산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책갈피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 삐쳤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

글샘 2009-06-30 21:55   좋아요 0 | URL
편집자에게 메일을 넣었더니... 앞으로 수정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천억키라 2014-10-2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혹시 다른 맞춤법 오류는 없나요?

글샘 2014-10-26 20:53   좋아요 0 | URL
모르죠. 제가 맞춤법을 고치려고 편집자로서 읽은 것도 아닌데요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