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강룡의 글쓰기 멘토링을 퍼온 것입니다.(ebs 라디오에서 한 거라네요.)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하실 것 같아서 널리 알릴 목적으로 퍼다 붙였습니다.
시간 나시면 한번씩 들러서 읽어 보시길...
저도 시간 되면... 이 내용을 좍 퍼오고 싶군요. ^^ 

http://readmefile.net/blog/63 

 

오늘부터 매주 한 번씩 글쓰기의 쌩기초를 다지는 방법을 일러 드릴게요.
글쓰기, 하면 겁부터 먹는 분들을 위해 제가 광고 문구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아무나 소설가가 될 순 없지만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

우리는 소설가나 시인이 될 필요는 없어요.
하고자 하는 말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기만 하면 되죠.

Q : 글쓰기가 왜 필요한가?
 
대답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글쓰기가 왜 필요한가?... 김연아처럼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광고도 있죠...김연아처럼...김연아처럼....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잘 살기 위해서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글을 잘 쓰면 성공합니다.

물론 성공의 기준은 각자 다르죠.  
높은 지위나 명예를 얻는 것, 아니면 떼돈 버는 거, 아니면 가족의 행복, 무병장수... 다 다르겠지만, 저는 성공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것.
이금희 아나운서의 좌우명이 이거라고 하더군요. “어제보다 손톱만큼만 더 낫게 살자.”
이금희 아나운서 글도 잘 쓰시죠? 당연히 잘 쓰실 겁니다.

직장인에게, 가령 대리들에게 성공이 뭐냐 물으면 이런 답변을 많이 합니다.... CEO가 되는 것. 이건 어떨까요, 어제보다 일 더 잘하는 대리, 어제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대리, 어제 만났던 고객에게 오늘 더 나은 인상을 주는 대리 ... 저는 그게 성공의 열쇠이고, 또 글쓰기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대리가 훌륭한 과장이 되고 좋은 부장이 되고 존경받는 CEO가 되죠.

예를 하나 들죠.
몇 년 전,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선수들한테 스포츠채널 리포터가 물어봤어요. 장래 희망이 뭐죠?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동계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고 싶어요. 그런데 어떤 어린 선수가 이렇게 말합니다. “스케이트 열심히 타서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싶어요.”

김연아 선수는 이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죠.
우리는 김연아 선수의 말에서 글쓰기 자세를 배워야 됩니다.
뭐냐, 어제보다 낫게 살아서 그 경험을 글로 정확히 기록한다.
이게 중요합니다. 여기서 정.확.히 라는 말에 방점을 찍으십시오.  
정확히 쓰는 거, 뻔한 얘기 같지만 절대 뻔하지 않습니다.

Q :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 알아야 합니다.
어떤 글이 잘 쓴 글일까요? 대개 이렇게 답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쓴 글.
그런데 아니죠. 쉽다, 재미있다...이건 상대적 개념이에요. 글쓰기의 목표나 기준이 될 수 없죠. 가령 플라톤의 <<국가>>, 제목만 들어도 머리 아프죠.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어요. 이건 어떨까요. 네이버 게시판의 찌질한 댓글, 쉽고 재밌잖아요. 그런데 좋은 글인가요? 아니죠. 경박하고 천박하죠.

그럼 어떤 글이 좋은 글이냐. 정확하게 쓴 글이 좋은 글입니다.
정확하게 쓰면 남들이 자신의 글에 감히 토를 못달아요.
겪은 거 적나라하게 쓰는데 누가 트집을 잡습니까?
정확히 쓴 문장은 힘이 아주 셉니다.  
글쓰기 선생들이 그런 말 많이 하죠. 고전을 많이 읽어라.
고전이 뭐냐. 아주 오랜 세월동안 찌질한 댓글들을 모두 이겨낸 책이에요. 그게 고전입니다. 정확하게 할 말만 딱 했기 때문에 세월의 모진 풍파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겁니다.

정확하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어나지 않은 것에 관해 쓰지 말고 겪은 것을 그대로 써야 합니다.
앞으로 잘해야겠다... 이렇게 쓰는 건 좋은 글이 아니에요.

어느 언론매체에서 어린이날 무렵에 특집 설문조사를 실었어요.
설문내용이 뭐냐 하면, 어린이들이 엄마,아빠한테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1등을 차지한 말이 뭐냐 하면, “나중에 놀아줄게.”
2등 “엄마, 아빠 다시는 안 싸울게.”

김연아 선수한테 글쓰기 기본 자세를 배웠죠,
자 엄마아빠들한테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타산지석.  

먼저 열심히 살아야 돼요. 열심히 살지 않으면 별로 쓸 얘기가 없어요.
맨날 미니홈피에 오늘 뭐 먹었는지 보고하실 건가요? 아니죠?
직장생활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나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 전문용어로 뺑이쳤다. 열심히 해보니까 세상에 공짜가 없더라. 이런 게 인생이더라. 이렇게 써야 합니다.

미니홈피에 스파게티 사진은 그만 올리시고, 이제 여러분의 일상, 직장생활에서 겪은 것을 글로 차분히 기록하십시오.  

Q : 글쓰기 멘토링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

현재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표현하기 위해 당분간 워밍업을 할 겁니다.
먼저 한 줄 쓰기 연습을 할 겁니다.
한 줄 쓰기가 뭐냐 하면 주어와 술어를 갖춘 완결된 한 문장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 이상 글쓰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저 선술집에서 어르신들이 대포 한 잔 하시면 하는 말씀이 있어요.
“내 인생... 소설로 쓰면 몇 권을 써도 모자라....”
이 분들은 글을 절대 못씁니다.
왜? 자기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죠.

물론 글 잘 쓰는 어르신도 있어요.
저는 일산에서 논술을 가르치는데 어느 날 출근하면서 택시를 탔어요.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메모했던 내용을 소개할게요.

“내 인생은 택시 같다. 한 번도 내 마음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그저 손님들이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드렸을 뿐이다. 그렇지만 때로 길이 막히면 손님들이 모르는 길로 안내하기도 했다. 버스나 기차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그러한 자유를 경험하기도 했다. 버스나 기차 같은 삶을 살았다면 난 숨이 막혔을 것이다. 택시가 바로 내 삶이다.”

자기 삶을 정확하게 표현했죠? 나중에 놀아줄게... 뭐. 이런 표현 없죠?

글쓰기 멘토링 커리큘럼은 대략 이렇습니다.
처음엔 한 줄로 정의하는 연습을 할 거구요.
그리고 매주
한 줄로 메모하기 (이강룡 씨는 이제 싸이에 스파게티 사진 좀 그만 올리라고 하더라.)
한 줄로 인용하기 (직접인용보다 간접인용이 좋습니다. 마이클조던은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증명하려고 고향에 돌아오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한 줄로 요약하기
한 줄로 광고 카피 쓰기 (약은 약사에게, 시집은 의사에게)
한 줄로 비유하기 (비유를 잘하는 게 글을 잘 쓰는 것, 왜냐? 원래 개념을 잘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이해한 사람만 비유를 들 수 있어요.)
한 줄로 자기 소개하기 (자기소개서 첫 줄 쓰기 연습입니다. 저는 교육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쩌구저쩌구.... 이렇게 쓰지 마세요. 대신 이렇게 쓰세요. 저는 영업의 달인입니다.)
한 줄로 서평쓰기 (블루오션전략 : 경쟁이 없는 새로운 독점 시장을 찾아서 개척하라.)

이런 순서로 진행할 겁니다.
충분하게 연습한 다음에 첫 문장 잘 쓰는 방법에 관해 자세히 다룰 겁니다.

Q : 오늘 해 볼 글쓰기 연습은 무엇인가?  

한 줄로 정의하기입니다. 전문용어로 하면 개념 규정 연습.
개념. 왜 그런 말 많이 하죠. “니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갖다 놨니?” 그때 그 개념 맞습니다.
우리가 해볼 게 바로 개념 탑재 연습입니다.

스타워즈에 요다 스승님이 출연하시죠. 마스터 요다.
일산 CGV에 가면 입구에 마스터 요다 전신상이 있어요. 수백 만원 짜리... (이건 헛소리고요.)

아무튼, 마스터 요다가 제자인 루크 스카이워커(스카이워커는 학부생이죠? 마스터 요다는 박사님)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두 오어 두 낫, 델스 노 추라이)
번역하면, 해라 아니면 하지 마라. 시도란 건 없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얘기를 했느냐.
루크가 늪에 빠진 전투비행선을 꺼내려고 해요. 포스를 이용해서. 그런데 실패했죠. 왜냐? 자신의 정확한 능력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요. 그냥 하면 되는데 ‘한 번 해보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했어요.

‘그냥 한 번 해 볼까? 아니면 말구....’

자, 우리는 이렇게 학부생처럼 하지 말고 마스터 요다처럼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A는 B라고 하더라... 또는 A는 B인 것 같다.... 이런 건 정의가 아니에요.
정의가 뭐냐. A는 B다. 이렇게 단정하는 겁니다.
단정하려면 정확해야 합니다.

좀 더 낫게 정의하려면 이렇게 하면 되죠. A는 B가 아니라 C다.

대한민국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이렇게요.

좀 더 근사하게 표현하려면 이렇게 하면 돼요. A는 B가 아니라 C이므로 D다.

아까 택시 기사 얘기 듣고 감동을 크게 받아서, (빅감동)
그날 논술시간에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한 번 시켜 봤어요.
인생이 무엇인지 정의해 봐라.
다른 학생들껀 기억이 잘 안나고요, 한 학생이 이렇게 썼습니다. “인생은 피자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했더니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피자 토핑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재료도 있다. 그렇지만 싫어하는 것을 골라내고 먹으면 피자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진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

또 한 번 급감동이 쓰나미급으로 밀려 옵니다.
이렇게 칭찬해 줬어요. “야, 너 그만 하산해도 되겠다. 내가 더 가르칠 게 없다...”
더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았는데,
오비완케노비가 돼서 이 스카이워커를 제대로 된 제다이로 키우고 싶었는데, 그 다음주부터 진짜 안나오더군요... 아나킨처럼 될까봐 좀 걱정스럽긴 합니다.

자, 여러분, 미니홈피에 스파게티 사진 대신 자신의 일상생활을 하나씩 규정하고 정의하면서 그것을 홈피에 기록하세요.

오늘 TGI에서 먹은 스파게티 넘넘 맛있었어염... 이런 거 올리지 마시고 대신 여러분의 삶을 정리하고 정의해서 그걸 올리세요.

Q : 또 어떤 내용을 다루는가?  

명언 뒤집기, 기사 비틀기 이런 걸 글쓰기 연습 삼아 해 봅니다.
이것도 개념 규정 연습의 일종이에요. 전문용어로 개념 재규정.
이걸 잘 해야 글이 발전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한 말이죠. 원래는 이렇게 말했어요. ‘참된 지식(귀납법)만이 인간의 힘이다.’ 이거 한 번 뒤집어 보죠. ‘아는 것은 힘이지만 모르는 것은 지혜다.’
왜 그렇게 뒤집었는지 두 번째 문장에 쓰면 돼요.
글이란 그렇게 전개하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기사 비틀기 한 번 해 볼까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끝나고 영국 어느 언론매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를 이렇게 평가했어요.

“재능은 부족했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그 부족한 재능을 채웠다.”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요, ‘유신’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분이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어요.

대한민국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선수 박지성에 대해 어떤 영국 언론이 "부족한 재능을 엄청난 노력으로 메웠다"고 평했다. 이 말은 매우 잘못되었다. 엄청난 노력을 할 수 있는 열정은 모든 재능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재능이기 때문이다.

멋있죠? 이런 글을 보고 배워야 됩니다.
여러분도 누구나 이렇게 쓸 수 있어요.
이렇게 멋있게 쓸 수 있으면 소설가 안 부럽죠.

쉽고, 재미있고 화려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비법 같은 건 없어요. 그런 건 설사 있어도 알려드리지 않을 겁니다. 대신 깔끔하고 단단한, 힘이 센 글을 쓰는 방법은 있어요.

우리가 함께 할 글쓰기멘토링은 비유하자면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기 위한 메이크업 강좌가 아니라 쌩얼미인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먼저 덕지덕지 앉아있는 화장기부터 지워야 합니다.
글쓰기멘토링은 힘센 글을 쓰고 싶은 이들을 위한 클렌징크림이에요. 자, 이 클렌징크림을 매주 목요일 같이 처발러 보죠.

다음 시간은 한 줄로 정의하기 복습을 하고 한 줄로 메모하는 연습도 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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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2-0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바람돌이 2009-02-0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고개가 끄떡끄떡... 근데도 노력을 안하는 저는 뭐래요? ^^;;

글샘 2009-02-08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처음엔 소개만 하려 했는데... 몇 편씩 시간날 때 읽고 퍼나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