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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 최신 연구로 확인하는 인간광우병의 실체와 운명
유수민 지음 / 지안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사이비 과학자들은 지나치게 으스댄다. 황우석이 가장 단적인 사례다.
진짜 과학자들의 장점은 겸손하다는 것이다.
뉴튼인가가 과학자는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갖고 노는 어린아이같은 존재여서 과학을 전혀 알기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세상인가를 지배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로보트 태권브이의 카프박사가 망하면서 착각에 불과할 것임을 가르쳐 주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저 시비를 붙여 본 것이다.
과학은 쥐뿔도 아는 것이 없다. 다만 넓고 큰 세상의 아주 티끌만한 한 구석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광우병, 그것은 객관적으로 인간의 뇌를 잠식해 왔다.
그 병이 치명적인 것은 다른 질병들이 노인들에게 흔한 반면, 광우병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가 햄버거라는 것은 아이들이 더 민감하게 잘 알고 있다.
햄버거 패티에는 온갖 잡다한 부산물들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맥도날드가 그렇다고 떠들었던 모 뉴라이트 열사가 곤란해졌던 적도 있지만,
며칠 전 학교 급식소가 삐걱거려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아들 녀석이 '햄버거는 몸에 안 좋은데' 하는 걸 듣고는 아이들은 광우병에 훨씬 불안해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바라본 적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독자인 내가 광우병 파동을 통하여 광우병에 대하여 상당히 많은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논문들을 쉽게 읽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목에서 시비를 붙인 것처럼,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과학이라는 이름을 빌려 광우병이 현재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는 결론을 유도하는 것이다.
과학은 물론 쿠루병이나 인간광우병처럼 그 발생 원인을 따지는 데 유효한 카드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학은 어디까지나 세계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식에 불과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정말 정신차려야 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한 섹터에 불과한 학문이 <정치>라는 더러운 검은 손에 의하여 검은 의도를 미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우병 파동은 충분히 정치적인 것이었다.
영국의 인간 광우병이 지금 잠잠해 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몇 가지의 실험으로 안전, 이란 딱지를 붙여 주기엔 이미 벌어진 일들이 너무도 무서운 것이었다.

물론 광우병 파동과 관련된 오해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 과학자는 그 오해들을 풀어주고자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산 소고기를 무차별 사들이기로 한 정치적 결정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말 과학자의 멸균된 시선만으로 광우병 사태를 바라본다면 국민의 시선을 정치적 위험 저편으로 호도하는 전위대의 역할로 떨어져버릴 위험성이 과학에는 항존하는 것이다.

과학자야말로 가장 정치적이었으면 좋겠다.
아인슈타인이 핵무기를 통하여 세계평화를 지킬 수 있을 거란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을 두고두고 반성한 것도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인간 광우병이 상당히 잠잠해지고 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으며,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바탕에 깔고 있다.
척수 같은 부위는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단다.
그러므로 햄버거 회사는 모두 없애야 한다.
끓여먹어도 아주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한국처럼 SRM을 펄펄 끓여 먹는 것이 과연 안전할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인 줄 작가도 안다.

그의 책을 한 마디로 줄이면, "위험하다, 하지만 통제되고 있다."이다.
그러나, 이 말은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위험하다."와 동의어이다.
그렇지만 그 두 언술의 간극은 결코 좁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의 이야기가 위의 것이고, 촛불소녀의 반응이 아래 것이었다.

과학은 세상을 보는 좋은 도구다. 그렇지만, 과학 도서는 늘 좀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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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광우병 ; 다른 사람들의 생각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8-11-15 11:44 
    * 글샘의 샘터의 서평에서 발췌 * 과학자들이 정말 정신차려야 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한 섹터에 불과한 학문이 <정치>라는 더러운 검은 손에 의하여 검은 의도를 미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광우병 파동은 충분히 정치적인 것이었다. ------- * 오랫동안 논쟁이 되었던 (바칼로레아에 있을 만) 주제로  ; 순수한(?)은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가?
 
 
마립간 2008-11-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 내용을 저의 서재로 옮깁니다.

글샘 2008-11-17 23:58   좋아요 0 | URL
음... 제 글이 거칠거칠한데... ^^ 그 틈새를 쿡쿡 찌르셨군요.
제 글이 제 생각인지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우려스러운 구석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안심시키는 부분에 대해서, 과학 너는 뭐 좀 아니? 이런 문제제기를 해 보려던 것이라 이해해 주시길...

Arm 2008-11-1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서평 잘 읽었습니다. ^^ 저도 이 도서 서평단인데... 글샘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저자의 의도야 어떠했든 '광우병은 괴담이다!'란 주장을 뒷받침할 수도 있는 책같았어요. 부족한 역량이지만, 저도 곧 글로 풀어내볼게요.

글샘 2008-11-19 21:03   좋아요 0 | URL
ㅎㅎ 제 글이 너무 되는대로 찌르기만 했던 것 같은데, 공감을 하셨다니 다행인지...
저자의 의도가 반대자들이 너무 단순한 논리를 들이댄다...인데, 사실은 쇠고기를 먹으라고 들이댄 '정치적 논리'가 너무 단순한 게 먼저였죠.
어느 국민인들... 광우병에 대해서 그렇게 해박해지고 싶겠나요. ㅠㅜ
줄기세포에 대해서도 너무 전문가가 되어버렸고... ^^
이제 조성민때문에 민법까지 공부해야 할 판국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