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라이팅 클래식 3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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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은 수유 연구실에서 고추장으로 통한단다.
수유 연구실에서 쓰는 말 중에 내가 싫어하는 게 둘 있다.
하나는 '00-되기' 하는 말이고, 또 하나는 '00-기계'란 말이다.
너무 서양식 어법이 강하고, 서양식 조어법에 얽매이는 느낌이 강해설까?

그나마 고병권은 니체를 리라이팅하고 있는데, 문체가 아주 맘에 든다.
글을 제법 재미있게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어린 아이가 이해할 정도로 쓸 줄은 모르지만...

내가 아는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뜬금없는 말과, 짜라투스트라(맞춤법이 예전엔 이랬다.)는 이렇게 말했다는 책 제목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뭐 이런 정도였다. 아, 초인이란 말도 니체가 한 걸 일본에서 번역한 말인 모양이더만...

왜 철학 책도 좀 읽고, 고전도 좀 찾아보고 했는데, 내가 니체를 읽을 적이 없는 걸까?
아마 니체가 어려워서 니체를 별로 쓴 사람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니체의 생각이 지나치게 '장자'스러운 면이 있어서, 공자님 말씀이 아직도 교과서에 실리는 나라에서 니체를 강조해서 가르치거나 알리는 것은 주류 학문 세상에서 밀려나기 쉬웠을 것 같기도 한데... 속내를 알 순 없다.

차씨(너무 길어서 줄임, 차이코프스키는 중국에서 차갑석이었으니, 차라투스트라는 차도라 정도 되려나)는 '세상일을 어떤 목적 - 그것이 아무리 신성한 것이라 해도-에 꿰어 맞추는 것에 질린' 사람이란다. 조선이나 대한민국의 국시에 전혀 맞지 않는 철학자임에 틀림없다. 아마, 차씨는 미국에서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다. 그러니 한국의 바나나 학자들은 그를 잘 모를 게지.

인간들은 '바보'지 '죄인'은 아닌데, 성직자들은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147) 성직자는 죽음의 설교자이면서도 삶의 고통을 치유하는 의사인 척 등장한다.(145) 그래서 그는 신은 죽었다고 한 모양이지.

주사위가 던져진 것 같은 우연의 세상(273)에서 세상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 태어나고 생성되는 것이다. 그의 초인(위버-멘쉬)의 의미도 원숭이-인간-초인의 직선이 아니란 것이다.

변증법적 부정의 세계처럼, 그는 '낙타' 같은 피동적 존재인 인간을 거부하고 '사자' 같은 용맹을 촉구한다. 그래야 위버-멘쉬의 실현을 맞을 수 있다. 인간을 넘어섬, 인간을 극복함, 결국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어떤 신이 스스로를 유일신으로 선언했을 때 다른 신들이 배꼽잡고 웃다가 죽은 것처럼 차씨는 '숭배'에 질색이다. 찬물 교회 신도들이 싫어할 만한 인간이다. 차씨. 그러니 유명하지 못할 밖에...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책에 각종 사상이 구구절절이 지저분하고도 난잡하게 늘어서 있지만, 니체는 전혀 언급이 없다. 모르니 안 쓸 밖에... 그리고 이 땅의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데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니체를 용납할 것인가... ㅎㅎㅎ 국가라는 우상도 마찬가지다. 국가란 온갖 냉혹한 괴물 가운데서 가장 냉혹한 괴물이다. 그의 입에서는 '나, 국가가 곧 민족'이라는 거짓말이 기어나온다.(184)고 썼다. 나너우리대한민국우리나라...로 국어 교과서가 시작된 학교를 다닌 내게 이 책은 혐오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이런 불온 서적을... 분서갱차할 노릇이다.

현대인들은 온전한 인격이 아닌 토막난 사람들이다. 모든 것에서는 너무 적게, 오직 한 가지에서만 너무 많이 갖고 있는 전도된 불구자. (241) 고등학교에서부터 이과 문과를 나눠서 인간을 무식하게 만들고, 대학생은 지식에 대한 애정은 없고, 오로지 돈의 노예가 될 뿐이다. 토막난 주제에, 입이나 손가락으로만 존재하는 주제에...

정답을 부정하고, 모든 가치의 전도를 생각한 니체.
니체 : 신은 죽었다
신 : 니체 너 죽었다
청소 아줌마 : 니들 둘 다 죽었다...
이런 썰렁한 개그를 듣고 니체는 즐거워하지 않았을까?
그치만 니체는 평생을 아픈 몸으로 세상을 뒤집어 보려한 의지적 인물로 보인다.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ㅎㅎㅎ
필자 치고는 최고의 개그 아닐까?
마치 글자를 삐뚤빼뚤 적어 두고는 스스로 대견해하는 어린 아이 마냥... 그가 최고로 친 것이 어린 아니다. 어린 아이처럼 사는 사람이야말로 위버-멘쉬다.
철학의 '필로-소포스'를 진리 숭배가 아니라 지혜의 친구임을, 그리고 친구가 된다는 건 그 진리를 섬기는 일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하는 일임을(136) 읽노라니, 그야말로 철학을 아는(知者) 수준을 넘어 서서, 철학을 즐기는(樂者) 사람이며, 제대로 미친(狂者) 사람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생각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만드는 것이며, 누구의 삶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자기 삶을 아름답게 창조하는 것(88)이라고 하는 니체는 철학자를 경멸했지만, 덕택에 철학자들은 모두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경멸하는 체 했을 것이다.

나는 춤출 줄 아는 신만을 믿으리라. 그리고 내가 나의 악마를 보았을 때 나는 그 악마가 <엄숙하며, 심오하며, 장중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중력의 영'을 웃음으로 죽이자(255)^^... 니체 죽인다. 이 땅엔 어른이 너무 많고, 공자님 말씀으로 아랫사람을 우습게 보는 풍토가 만연하거늘, 차씨를 모시고 와서 강연회라도 열어야 할 판국이다. 자신만을 '선의 수호자'로 여기는 이들에게, 또 그 숭배자들에게 똥침의 날릴 지어다.

초인은 완성된 '명사형'이 아닌 동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고추장의 말에 동감이다.
위버멘쉬를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기' 혹은 '인간적인 것으로부터 변신하기'라고 한다고...
어쩌면 고추장의 말도 좀 싫다. 위버-멘쉬는 'over-man'일진대, 전치사를 '넘어서기, 변신하기'로 번역한 것은 다시 명사적 접근으로 치우쳐버린 감이 없지 않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 하든, '인간에서부터 변신에 대하여...'하고 하든 좀 더 동사스럽게, 전치사스럽게 표현했으면 싶다.

니체를 모르는 주제에, 고추장 책 하나 읽었다고 잡설이 길었다.

나는 왜 이렇게 좋은 리뷰를 쓴 걸까?^^
이 글을 읽고, 고병권의 위험한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음 좋겠다.
니체 탐구는 쭈~욱 계속 해야 하는데... 사실 그의 차씨는 그냥 읽긴 너무 어려웠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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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4:53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
 
 
드팀전 2007-09-2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라이팅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이 책도 그 때 봤었어요.쉽게 쓴 책이었다고 기억됩니다...그런데 요즘 나는 왜 이 시리즈에 시큰둥 해졌지??
기계... 되기 등은 들뢰즈 스타일이라는 ^^

글샘 2007-09-20 19:4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시리즈가 별로인데 자꾸 읽게 되네요.
어려운 건 싫고, 또 잘못쓴 것도 싫고 하면서...
개중에 고추장의 책이 좀 나은 듯 싶었습니다.(고미숙의 박지원과 진은영의 칸트 두 권 읽은 주제에...)
근데, 왜 저는 들뢰즈, 가타리 이 유목민들이 주는 거 없이 정이 안 들까요?

마늘빵 2007-09-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니체는 '아직'입니다. 학부 때 <도덕의 계보> 앞부분을 졸면서 읽었는데 통 정이 안가는 친구더라고요. 나중에 기회가 있겠죠. 고병권씨는 좋아라합니다. :)

글샘 2007-09-21 08:54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다 보니, 니체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알만 하더군요.
금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상과 윤리 책에까지 등장하지 못하는 그 이유를요.
관심이 가는 사람입니다.
금지된 사과가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