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뭐랄까. 김홍희란 사진 작가의 사진 철학이라고 하면 될까?
사진에 대한 단상들을 옮긴 것이라고 적어야 할까. 뭐, 그런 책이다.

사진들은 인디아와 몽골에서의 작품들을 주로 실었다.

사람이란 흙에 뿌리내린 존재가 아닌, 우주에 뿌리내린 존재여서 다리가 더듬이와도 같아 이 세상을 더듬으며 다니면서 남긴 기록이 사진이라는... 말 참 잘 하는 사진사를 만났다.

아주 앞 부분에 <남의 날개로 대열에 선다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하는 말을 인용해 놓은 걸 보면, 자신만의 뭔가로 삶에 승부를 건 이의 독기가 드러난다.

남들이 똑딱이 디카라도 다 사가지고 다닐 때, 나는 유난히도 사진기 사기를 싫어했고, 결국 아내가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좀 얄궂은 디카를 샀을 때도 별 말이 없었는데, 그걸로 찍어보니 맘에 들지도 않았지만, 내 카메라를 사긴 싫은 것은 아직도 마찬가지다. 사진에 유난히 취미가 없는 나를 파인더 앞으로 끌어 냈던 것은 아들이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필름에 열심히 담았던 것 같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사진 찍히는 일을 쑥스러워하면서 카메라를 놓고 말았지만.

사진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는 성벽이라 사진 찍는 이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좀 졸리기도 했지만, <들숨에 생명 있고, 날숨에 죽음 있다>는 무심한 말들을 툭툭 던지는 사진사의 이야기를 놓치기는 아쉬워 줄줄 읽는다.

그의 유대인 친구 린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역시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 법.
린다는 바이올린 전공인데, 유난히 바이올린을 잘 켜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네 바이올린으로 한번 연주해 보자는... 그런데 친구의 바이올린은 자기 것보다 형편없는 소리를 내더라는 이야기. 결국 명품 장비병에 걸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하는 것인가.

프로는 사진을 자랑하고, 아마추어는 카메라를 자랑한단다. ㅎㅎㅎ
훌륭한 오디오를 사모으는 사람더러 진정 음악을 즐기는 이가 한 말도 멋지다.
"선생은 소리를 즐기시는군요. 저는 음악을 즐깁니다."
장비병에 걸린이를 보면서, 그런 사람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그는 진정 달인이었다.
"그런 분들의 의미는, 그런 분들 덕분에 오디오 시스템의 질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집니다. 그런 가치가 있습니다." ㅎㅎㅎ 시원스럽다.

세마이 니혼, 손나니 이소이데 도꼬에 이꾸노? 덩샤오핑이 했다는 말.
신간선을 자랑하던 일본인들에게, 좁은 일본, 그렇게 서둘러 어디를 가는가? 하는 말을 했다는...
무엇이든 어떻게 보는가, 그 보는 시점을 생각하고 생각해 볼 일이다.

프로나 아마추어나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카메라를 남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런 말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명품병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주변에 좋은 카메라 자꾸 사들이는 사람 참 많다.

반딧불이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까?
... 반딧불이는 잡으면 빛이 없어져. 그냥 날아다녀야 별이 된단다.
꼭 사진으로 찍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는 법일까?

인도와 몽골에서 그가 사진에 담아 보여준 것들은, 우리의 과거였고, 그가 남기고 싶은 우리의 미래였다. 그는 사진을 통해 어떤 미래를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그가 사진찍은 곳들은 나도 한번쯤 가보곤 했던 곳이다. 영도 봉래산 꼭대기, 황령산 봉수대, 우리 집앞의 곱창집들... 그의 정지된 필름 속에 감광된 세상이 어둡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예술가라면,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좀 구라섞어 할 줄 알아야 멋지지 않은가.
언젠가 곱창골목에서 만나면 소주 한 두어 병 비워도 좋겠다.ㅎㅎㅎ 카메라 잃어버릴까 그렇게 안 마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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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6-2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으, 벌써 군침이 돕니다.
대연동 어딘가에도 곱창집으로 유명하지 않나요?
중앙동엔 쭈구미 구이가 있답니다.ㅎㅎ

글샘 2007-06-25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예술 이야길 썼더니, 곱창에 회가 동하셨군요. ㅎㅎㅎ
문현동에 곱창 골목이 있습니다. 다음엔 여기서 제가 한턱 내죠.
쭈구미... 그거 안주해서 술마시면 취하지 않으려나~~~
쭈꾸미가 맞을까요? 쭈구미가 맞을까요? 이도저도 아니면 주구미, 주꾸미...@0@;;;

석란1 2007-06-27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앙동에 쭈꾸미 구이 유명하더군요. 저 아는 후배가 사다줘서 먹었는데 둘이 먹다가 하나죽어도 모르겠더군요. 혹 다음에 번개를 거기서 하신다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달려갈듯합니다.

글샘 2007-06-27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중앙동... 담에 번개는 거기서 해 보든지요^^
석란님... 쭈꾸미가 아닙니다. 땡! 사전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