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틱낫한 지음, 이아무개 (이현주)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설거지를 미뤄두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틱낫한 스님 책 읽어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다.

걸어다니면서도, 한 발 내디딜때마다 즐겁게 사는 법. 이게 즐거운 거라는 것을 깨닫기는 쉽다.
그렇지만, 그걸 매순간 깨어 느끼며 사는 인생은 정말 수도의 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게에 가면 문에 종을 매달아 둔 집들이 있다.
손님이 들어오면 '알아 채게' 장치를 한 것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들이 나오면, 뚜~~ 하는 버저음과 함께 경광등이 번쩍거린다.
차가 나오니 그렇게 '알아차리란' 표지다.

이렇게 우리 삶의 주변에는 많은 종소리들이 울린다.

지하철 역에서는 정류장마다 '알아차리도록' 방송을 하며, 버스도 마찬가지고,
내가 수업들어갈 때도 '알아차리라고' 종을 울리고,
전화기도 수시로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를 찾고 있음을 '알아차리라고' 울리곤 한다.

그런 소리로 가득한 세상을 '그것과 하나되지 못한' 시간들로 가득하면 인생이 즐겁지 않다.

간혹 술자리에 가서 빨리 술자리가 끝났으면 하는 날이 있다.
이렇게 지금 하는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매진할 수 없다면 행복하지 못한 순간인 것이다.
회식자리는 내가 빠지고 싶다고 빠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하다.

나는 책을 보고 싶은데, 간혹 아내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막 이야기하고 싶어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이야기를 들으면 건성건성 듣게 된다. 아내도 성이 풀리도록 이야기를 못하고, 결국 다른 데 전화를 걸어 한 시간이 지나도록 얘기를 해야 해소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엔 아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같이 하면서 그 시간에 몰입할 수 있지만, 내가 즐겁게 생각하지 않으면 같은 이야기라도 절대로 즐겁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깨어있는 삶.
걸을 때는 걸음 걸이와 친구가 되고,
가난한 아이들과 있을 땐, 가난한 아이들과 웃으며 살 수 있는 삶을 사는 나를 만드는 것이 마음 공부다.

더 즐거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소비하기만 하거나 희생하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 아닌가.
미래를 위해 하는 일이라도, 현재가 즐거워야만 하는 법이어든...

'그것'과 하나되는 순간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도록 깨어 있으라는 감사한 말씀을 오늘 들었다.

이 책은 크기가 포켓에 들어가기 딱 좋게 아담하고, 이야기들이 단락별로 쉽게 읽히도록 묶여서 불교에 대한 책을 별로 안 읽은 분들이라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선물용으로도 적합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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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1-21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이 책을 기억합니다.
아마 손에 들고 생각날 때 조금씩 읽었다가 아는 선생님에게 선물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걸을 때는 걸음 걸이와 친구가 되고"라는 표현이 좋습니다.
이 시간에 깨어 있군요..ㅎㅎ

글샘 2007-01-2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늦게까지 깨어계시네요. ^^
정말 사이즈가 딱 손에 들고 다니기 좋게 귀여운 책이더라구요.
틱낫한 스님 이야기는 그 책이 그 책이라 생각될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읽을 때마다 깨어있지 못한 저를 돌아보게 해서 좋아합니다.
공부만 하고 마음엔 별로 공부가 안 되는 제가 어리석은 거겠지요.

프레이야 2007-01-2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하면서 저걸 생각하고 이 사람 만나면서 저 사람 생각하고...
틱낫한은 그렇게 온전히 하나 되지 못하는 걸 꼬집어주지죠.
몰입하여 설거지 하시면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요...

글샘 2007-01-2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몰입의 즐거움이란 책도 있잖아요.
설거지를 일이라 생각하면 힘들기만 하구요.
아이들에게 공부도 즐겁게 차근차근하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 방법론이 쉽게 떠오르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