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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ㅣ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 튜더 할머니의 글을 먼저 보고, 이 책을 나중에 읽다.
사진은 훨씬 더 아름답게 찍혀 있는데, 글맛은 먼젓번 책만 못하다.
글은 '4월은 잔인한 달'로부터 시작해서 월별로 적혀 있고, 9월과 그 이후로 묶여 있다.
타샤 튜더 할머니의 정원을 수시로 방문하면서 깨어나는 정원의 풍경부터, 한참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 정원을 뒤덮는 아름다운 수선화, 작약, 양귀비, 층층부채, 아기딜리스, 패랭이와 데이지 꽃무리들의 사진은 보는 나의 숨을 막히게 한다.
관찰 기록 비슷한 글이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이름의 꽃들을 나열할 때면 좀 따분하기도 하다.(그러면서 수업 시간에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말들을 떠드는 내 말이 따분할 아이들을 생각하기도 하면서...)
전에 파란여우님의 글에선가, 구근을 심었다는 이야길 들은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읽고는 백합이나, 사프란의 구근을 심고 싶단 생각이 마구 든다.
아니면, 여름에 씨를 받아둔 해바라기, 코스모스, 포도, 봉숭아 같은 씨들을 아직 계절도 아닌데, 막막 심고 싶어진다.
빨리 잔인한 달 4월이 왔으면 좋겠다. 아파트 베란다에 자그마한 땅이지만, 인공 토양과 섞어 만든 화단에 봉숭아를 심고 싹이 나기를 기다리는 기쁨을 누리게 말이다. 땅 속에선 싹을 틔우려 발버둥치고 노력하는 씨앗의 발아 과정이 힘겹게 진행되겠지만...
사진을 보여줬더니, 아내가 우리도 멋진 집 짓고 이렇게 살고 싶다고 한다.
정원을 꾸미는 일을 궂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겨야 하는데, 우리 부부는 그런 삶을 살기는 애초에 글렀다. 곤충과 쥐 종류를 정말 싫어하는 아내 성미에 시골 살림은 일 주일을 못 넘길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고...
나도 재미삼아 가꾸는 거라면 몰라도 몇천 평 되는 땅에 뭘 심고 가꿀 생각은 별로 없다. 아는 바도 없고...
그저, 화분이나 화단에 이쁜 꽃나무라도 물뿌려가며 감상하는 수준이지만, 그놈들의 생명력에 감탄하며 그렇게 사는 수밖에... 그래도 올 여름 심은 머루 덩굴에서 시퍼렇게 익은 머루 따서 쐬줏병에 넣어 두었더니 향긋한 머루주가 반 병 남짓 생겼다. 남천은 요즘 한창 붉게 단풍을 떨구는 중이고, 안시리움과 쿠페아는 아직도 희고 보랏빛의 꽃을 보여준다. 꽃도라지는 대궁만 올라와서 자르고 있지만, 한여름에 심은 장미는 심심찮게 귀여운 꽃송이를 피워 올린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꿈에서나마 거닐면서 꽃향기도 흠뻑 마시고, 맨발을 간질이는 흙의 촉감도 느껴보고 싶다. 연초에 시골에서 잡아다가 플라스틱 대야에 담아 둔 가재들에게 요즘 자꾸 미안하다. 겨울잠자는 넘들이 정말 귀여워서 집에 두고 보려고 서른 마리쯤 잡아다 물고기 밥을 주고 있긴 한데, 댓 마리 죽었고, 나머진 마지못해 사는 것 같아 안쓰럽다. 살려 줄 데도 없고... 자연은 거기 그대로 있어야 이쁘다. 함부로 옮기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