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6 - 3호                           부산공업고등학교 2학년 금속과 2반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은, 새해를 맞는 일


벌써 한 해가 다 갔다.

올해는 너희들과 만나 즐거웠던 기억으로 가득하구나.

서른 세 명으로 2학년을 시작했는데, 윤호는 필리핀으로 어학 연수를 떠났고, 경민이는 전학을 가서 서른 한 명이 겨울 방학을 맞는다.

엊그제 너희에게서 1년간 학급운영 평가를 받아 보았다.

그랬더니 다행스럽게도 너희는 우리반에서 보낸 일년을 즐겁게 추억하고 있더구나. 고맙게 생각한다. 수학 여행과 체육 대회 등을 통해서 우리반 아이들은 참 든든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금속과 샘들에게서 혼이 좀 나기도 했겠지만, 알아서 교실 청소를 깨끗하게 잘 한 것도 너희들의 훌륭한 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어려웠던 일들도 재미난 추억으로 떠오른다. 축제 구경하는 데 6명밖에 없다고 야단을 맞던 일, 지각했다고 엉덩이 한 대씩 맞고  팔짝거리며 뛰던 일 등.

어른들은 늘 너희를 ‘중간적 존재’로 다루곤 하지. 다 큰 놈이…하고 야단치다가, 또 머리 피도 안 마른 어린 녀석이…하고 야단치기도 하고.

올해 우리반엔 어른 흉내를 내다가 혼난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흡연으로 학생부 지도를 받은 학생들도 많았고, 내가 알기로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친구들도 몇 되는 걸로 안다.

나는 어른이 해서 나쁜 일은 아이들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른들이 하는 것은 아이라고 해서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담배가 그렇지. 어른들이 피우면서 아이들에게 못 피우게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란다. 정말 나쁜 것이라면 담배를 만들어 팔지 말아야지. 그렇지만 그게 장사가 되니깐 만들어 팔곤 하지.

너희들도 어른이 되겠지만, 자기 생각만으로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면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 법이란다. 스스로 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지. 담배를 피웠던 친구들도 겨울 방학을 이용해서 끊는 경험을 해보기 바란다. 담배를 끊는 법은 아주 쉽다. 안 피우면 된다. 피우는 환경에 가지 않아야 되지.

이제 너희에게 두 달의 겨울 방학이 마주서 있다. 2월도 며칠 안 되니 거의 두 달이라 보면 될 거야. 두 달 동안 무얼 할 것인지 잘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게 오늘 편지의 주제다.

우선, 생각을 좀 해 보기 바란다.

이제 내년이면 졸업반이고, 학생 생활도 마지막인데 진학을 할 건지, 취업을 할 건지, 어떤 자격증을 더 따야 하는지, 대학을 어디로 갈 건지… 계획을 세워 책상 앞에나 지갑 안에 적어 두면 좋겠다. 그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그리고 나면 일기를 쓰든 인터넷 안의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든 해서 너희의 발전하는 모습을 스스로 꿈꿔보기 바란다.

책을 읽는 것도 너희 미래를 생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둘째, 인터넷 폐인이 되지는 말기 바란다.

한국이 IT 강국이란 말도 있지만, 인터넷 환경이 한국처럼 편리한 나라도 세상에 없단다. 그것은 좋은 점도 있을 수 있지만, 나쁜 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 자기 손으로 뭔가 써 보고 그려 보고 하는 것이 공부인데, 그걸 모두 인터넷으로 해결하려 하니 공부가 덜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게임의 폐해가 크다고 생각해.

한 게임을 시작하면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 얼마나 부질없는 시간을 투자하는지… 다들 해 봐서 알지 않니? 가끔 돈이 들기도 하고 말이야.

인터넷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시간을 정해 두고 하기 바란다.

셋째, 계획을 짜서 움직이면 좋겠다.

방학이 되면 되는대로 뒹굴기 쉽다. 학원을 다니는 사람은 열심히 다니고, 안 다니던 사람이라도 영어든 컴퓨터든 배워 보기 바란다.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도 절대로 위험한 일은 하지 말기 바라고. 오토바이 타더라도 살살 달리고(나와 남을 죽일 수있는 무기잖아.), 힘들게 번 돈 낭비하지도 말아야 될 거고.

이제 어른이 되면 이런 잔소리 하는 사람들이 없을 거야. 내년까지만 아침 조회하고, 종례하고, 야단치고 매도 맞을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거지.

선생님의 숙제.

1. 방학 때, 꼭 사과나 배를 다섯 개 이상 깎아 보기 바란다. 손놀림은 기술의 기본!

2. 누군가 나를 cctv로 보고 있다면 제일 두려운 일이 뭘까? 생각해 보자.

3. 어디든 누워서 5분 이상 하늘 바라보기.(낮이든 밤이든 상관 없다.)

4. 1주일간 달이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지 관찰해 보기.

5. 우리학교 샘들 중 1분 이상, 감사문자 보내기.(연말에 보내면 더 좋겠지? 참고, 송00샘 016-555-5111, 허0샘 011-9304-3621, 신00샘 011-566-6456, 장00샘 011-554-2773, 더 알고 싶은 사람은 개인적으로 문의 바람. 담임샘한텐 내년에 보낼 것. 016-9668-9750)

2월에 숙제검사 한다. 숙제를 잘 한 사람에게는 특~★~한 상품을 준비하겠다.

1번은 사과 껍질 길게 깎기 대회를 할 것이고,

2,3,4번은 발표를 하든지 적어 내든지 할 것이고,

5번은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샘이 계시다면 그 학생에게 상품을 주면 되겠지.


모두 새해를 멋지게 맞는 어린이들이 되길 바란다.


겨울 방학을 맞아 담임샘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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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12-2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위트가 있는 담임통신문이네요...제가 문자를 보내드릴까요? ^^

프레이야 2006-12-2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멋져요. 이런 담임과 함께 한 아이들이 부럽네요. 숙제가 쉽지 않은 걸요.^^

글샘 2006-12-2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저 문자는 학생용이랍니다. ㅎㅎㅎ
배혜경님... 숙제가 쉬워서야 되겠습니까? 애들이 뭐라도 하고 살았음 좋겠어요.

심상이최고야 2006-12-2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주일간 달이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지 관찰하기'가 땡깁니다! 감사의 문자 보내기 숙제도 좋습니다.

글샘 2006-12-3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상님... 애기는 잘 자라고 있죠? 머시매들은 감사 문자 이런 거 절대 안 보내잖아요. 그래서 숙제를 내 줘 봤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