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 보급판
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김세중 옮김 / 뜨인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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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부제는 '어니스트 새클턴의 위대한 실패'이다. 하지만 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패는 무엇인가가 잘못되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된 상태. 쉽지는 않겠지만 잘못 된 원인을 밝혀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이 상황은 잘못된 원인이 있다기 보다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으로 인한 어쩔수 없음이다. 그리고 목표는 변경되었다. 27명 대원이 모두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것. 그리고 어니스트 새클턴은 성공했다.

 배가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바닷물이 두껍고 단단하게 얼어버리는 겨울의 혹한을 난 겪어보지도 못했지만, 상상조차 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그 얼음들은 그저 단단히 얼어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배에 압력을 가한다. 비정기적으로 배는 압력을 받고 뒤틀어 진다. 운이 좋았다면, 그 압력을 몇 차례 견뎌내다 봄을 맞을 수 있었을 테고, 따뜻한 날씨에 녹은 얼음을 헤치며 인듀어런스 호는 남극을 횡단하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운 좋은 일만 일어나진 않는다. 휘어지고 또 휘어지며 참고 견뎌내던 인듀어런스 호는 마침내 부서지고 침몰한다.

 얼음, 눈, 물뿐인 그 추운 망망대해에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잃은 대원들의 절망감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배를 잃은 그들이지만, 살아남은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일행을 줄이기 위해 썰매 개들과 그들의 마스코트 고양이였던 치피 부인을 죽여야만 했던 기억은 슬프다. 
 

 결국은 얼음위에 세운 캠프도,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위험해진다. 구명보트 세채에 나눠 타고서 엘리펀트 섬으로 상륙한 것은 차라리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만으로 들어서기 바로 직전 바람이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면 그들은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리고 모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우스조지섬을 향해 떠나는 다섯명의 사람들. 사우스조지섬에 우여곡절끝에 당도하지만, 포경선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위험한 크레바스가 군데군데 입을 벌리고 있는 빙산들 위를 넘어가야 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를 구해 내겠다는 어니스트 새클턴의 의지는 감동적이다. 자신의 안위에만 만족하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를 보면서, 현재의 우리 상황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남을 밟고, 회사를 살린다는 이름하에 힘 없는 노동자를 해고되고 남는 자들은 자신이 그 무리에 섞이지 않았음을 안도하는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사는 현재 우리에게 어니스트 새클턴의 지도력과 희생정신을 가진 지도자는 얼마나 절실히 필요할 것인가?

 결국 모두가 함께 살아서 구출되는 장면에선 마음이 울컥해진다. 

 어니스트 새클턴의 남극횡단이란 애초의 목표는 실패했지만, 모든 동료가 살아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목표는 성공했다. 그리고 이 위대한 성공은 고전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항상 어딘가엔 자신의 안위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의 안위를 살피는 수 많은 새클턴들이 세상 곳곳에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 아니, 그런 사람들이 더욱 더 생겨나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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