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개인적인 생활은 많이 포기했었다. 물론 공적인 일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했지만, 사적인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저녁때 직장 회식이 아닌 다음에는 사적인 술자리도 별로 가지지 못했고, 문화생활은 더더욱 즐기기 어려웠다. 집에서 하루종일 아이들을 보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애들과 놀아주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했다.
대학로... 도대체 가장 최근에 간 적이 언제였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제 갔던 대학로는 조금 더 화려해져 있었다.
처음엔 근사한 곳에서 식사나 하려 했었는데, 지인의 추천을 받은 식당을 살펴보니 별로 배부를 것 같지 않은 이국적인 퓨전음식을 먹는데 거의 4-5만원을 들여야 했다. 물론 촛불이 켜진 아기자기한 분위기값이 더해지긴 했지만 아무리 기념일이라 해도 이건 너무 비싼게 아닌가 싶었다. 차라리 그동안 못했던 문화나 향유하자 싶어서 여러 공연을 알아봤다.
마침 뮤지컬 하드락 카페가 종영을 앞두고 40% 할인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가장 좋은 앞좌석 두 자리를 예매했다. 극장을 못찾아서 헤매고, 저녁식사를 했던 충무김밥집에 표를 놓고 와서 다시 뛰어갔다 오는 헤프닝을 벌이다가 가까스로 시작직전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창작 뮤지컬 '하드락 카페'
기대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고, 신이 절로 났다. 크지 않은 극장에서 맨 앞좌석을 차지한 우리는 배우들의 표정과 눈빛 그리고, 땀방울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상업주의로 망가져가는 파라다이스라는 클럽에서 결국은 벗어나 새로운 '하드락 카페'의 무대에 도전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주인공들처럼, 어제 저녁은 우리에게 일상에서 탈출하여 잠시나마 숨통을 트여 주는 계기가 되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은 늘씬한 몸매와 아찔한 옷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적인 춤과 노래로 우리를 비롯한 (특히 남성)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섹시한 댄서 '진' 역할을 맡은 여배우는 특히나 뇌쇄적인 분위기를 풍겼는데, 맨 앞에 앉은 우리는 아니 나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옆자리에 앉은 세 명의 남자들은 연신 소리를 지르며 손을 뻗쳐대며 환호했다. 그러나, 옆지기는 왜 저런 성형미인에 환호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린다. 어, 성형미인이었어?
아찔한 그녀의 모습은 대략 이랬다... 우리 좌석과 무대의 간격은 대략 1미터... 숨이 안막혔겠는가.. (사진은 펌)
오늘의 두 주인공인 가수 이정열과 또 다른 뚱뚱하고 키작은 여배우가 나올 때는 몰래 가져간 사진기로 플래시 터뜨리지 않고 사진을 몇 장 찍었으나, 이들이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춤출 때는 도저히 카메라를 꺼낼 수도 없었다. 찍었다가는 바로 변태 소리 들을 것 같아서...
음...결론적으로 어제의 감상은? "사람들이 미인들이 나오는 쇼쇼쇼를 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라고 쓴다면 결혼기념일 공연 감상과 전혀 맞지가 않겠지? 이거 결혼기념일 행사 핑계로 욕망만 채우고 온 느낌이 들잖아..
그래서 등장한 공식적인 '하드락 카페' 감상은 다음과 같다.
어제 공연은 한국의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수작이었고, 배우들의 땀과 노력이 그대로 투영되어 관객들과 호흡한 멋진 무대였다. 두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며 환호한다. 국내 창작 뮤지컬 최초로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잘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뮤지컬 만세! 배우들 만세! 자유여 만세! 꿈이여 영원하라!!!
* 한 가지 질문!!
어제 찍은 사진 올리고 싶은데, 분명히 jpg 파일이고 500k 넘지 않는 용량인데 이미지 파일이 아니라고 나오고 업로드가 안되는거죠? 다른 몇몇 jpg 파일 사진은 올라가는데 이건 안올라가네요. 왜 그때 그때 다른지 알고 싶어요... 여러분은 이런 적 없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