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부족하게 키워야 만물의 소중함 깨닫는다


<멋진 아빠되기>
부족하게 키워야 만물의 소중함 깨닫는다
필자가 진행하는 ‘무인도에서 탈출하기’ 캠프는 고난과 형극의 연속이다. 2박3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스릴과 서스펜스, 희로애락이 교차되며, 아빠와 아이가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시간이다. 무인도에 도착하면 먼저 짐검사를 한다. 사전에 금지품목을 정했지만 몰래 숨겨온 물품이 있다. 통조림, 라면, 햄 등 다양하다. 모두 압수다.

그리고 첫 번째 하는 일은 대나무로 숟가락을 만드는 일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 낮, 땀을 뻘뻘 흘리며 칼로 대나무를 다듬어 만드는 데 무려 한 시간이나 걸린다. 첫날의 저녁은 달랑 찐감자 2개다. 아빠와 함께 배급을 받으러 온 아이들은 큰 감자를 달라고 신경전을 벌인다. 9시가 넘으면 몇몇 아빠들은 본부에 찾아온다. “단장님(필자), 혹시 감자 남은 것 있습니까. 아이가 배가 고파서 잠이 안온답니다.” 그러면 “아, 그래요. 드려야지요”하며 감자 1개를 준다. 그러면 그 아빠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10시가 되면 달랑게를 잡는 시간이다. 배는 고프지만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게잡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60명이 플래시를 켜고 일렬횡대로 걸어가다 보면 게가 여기 저기 보인다. 게는 순간 비치는 불빚에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우왕좌왕한다. 그 때, 아이들은 ‘게 섰거라’하며 날렵한 손으로 게를 잡는다. 그러나 몇 명은 엉엉 울기도 한다.

사생결단으로 탈출하려는 게가 아이의 손을 덥석 물기 때문이다. 심지어 게가 손을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떼어내지 못한 채, 그 모습을 보며 한없이 울기도 한다. 잡은 게를 모으면 200마리쯤 된다. 그러면 이미 준비된 장작불에 즉석 구이를 한다. 이제는 ‘맛이 있다, 없다’의 개념이 아니다.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생존본능으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연기 속을 헤치며 ‘게눈 감추듯’ 먹는다. 잠은 좁은 텐트에서 잔다. 180도의 드넓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아빠와 아이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든다. 마지막 날은 뗏목도 만들어야 한다. 아빠와 아이가 반나절 동안 만들면 완성이 된다. 이제 무인도를 탈출하려는 희망이 보인다. 아빠와 아이가 뗏목에 올라탄다. 드디어 무인도에서 탈출이 시작된다. 물론 거친 파도를 헤치고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아이들이 캠프를 마치고 집에 오면 엄마에게 하는 말 “엄마, 집이 궁전 같아요” 또는 “엄마가 해주는 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어요”라고 한다. 그리고 심부름을 시키면 꾀를 부리던 아이라도 그냥 한다. 사족이 없다.

이젠 아이를 부족하게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동안 아이를 너무 풍요롭게 키우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면 아이가 행복하리라고 믿어왔다. 풍부한 음식에서 사교육까지,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기준으로 잘 해주려고 노력해왔다. 그 결과 아이는 부족함이 무엇인지 모르고, 원하면 즉시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불로소득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배고픔을 아는 자, 음식의 소중함을 알고, 숟가락의 소중함을 아는 자가 만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것은 인성교육이며 휴머니즘이다.

권오진 ‘아빠의 놀이혁명’저자(www.swdad.com)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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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8-1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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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입니다...

좋은 하루 였기를...

그리고 좋은 하루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