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
트루 켈리 지음, 최윤정 옮김 / 삼성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림은 나보다 강하다. 그림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하게 만든다. " 피카소가 한 말인데 이 책에 들어있는 글귀이다. 늘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않았던 화가의 강렬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말이다.

어린이가 만난 화가, 라는 시리즈로 나온 미술(화가) 관련 책들이 많다. 예전에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시리즈도 좋았다는 기억이 난다. 지금도 작은 딸 보라고 큰딸 보았던 것들을 꽂아두었지만 아직은 2학년이라 그런지 별로 손이 가지 않는 눈치다. 이 책은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화가 시리즈인데 옮긴이가 최윤정님이라 우선 호감이 간다. 이 책의 시리즈로 '고흐'편이 있나본데 두 권의 책 모두 알라딘에서는 품절로 되어있어 아쉽다.

이번에 이 책을 3학년 아이들과 함께 볼 예정이다. 우선 책을 나누어주며 피카소의 자화상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인상파 화가 고갱의 자화상을 비교해서 보게 했다. 피카소의 자화상은 사람 같지 않고 무섭게 보인다고 반응한 아이들이 많았고 재미있게 보인다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피카소가 화가라는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아이도 몇몇 있었다. 책표지의 파란색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의 부제는 '모든 법칙을 깨어 버려라' 이다. 표지의 그림을 비롯해서 여러 점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아이다운 눈으로 그림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피카소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만의 눈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고 느끼며 표현한다. 그래서 (피카소를 좀 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아이의 반응에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아이다운 눈으로 보라고 이 책은 권하고 있다.

이 책은 전체가 하나의 보고서다. 브랜트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화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숙제를 내주고, 사이먼 패커드 라는 아이가 피카소에 대한 보고서를 만든다. 콜라주를 이용하기도 하고 아이 자신의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며 피카소의 그림에 대한 자신만의 감상을 솔직히 써놓기도 했다. 소소한 이야기로 보고서를 시작하여 관심을 끈다. 피카소의 이름이 엄청나게 길다는 사실은 나도 처음 알았다. 말도 배우기 전 제일 먼저 한 말이 "연필!" 이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피카소를 소개한다.

천재소년, 청색시대, 좋은 시절, 입체파, 콜라주, 피카소가 사랑한 여자들, 전쟁 그리고 평화. 이렇게 제목을 두어 보고서를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뒤에는 조각, 젊은 노인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카소 그림으로 '밀집모자를 쓰고 아이스크림 콘을 먹는 남자'를 소개한다. 맨 뒷장에는 피카소에게 묻고 싶은 거 세가지,를 써두었는데 의외의 질문이 엉뚱하다.  대개 중심 내용보다 주변의 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운 심리가 잘 나타나 웃음이 난다.

'장미빛 시절'을 '좋은 시절'로 번역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 아이의 보고서라는 걸 잊지 않은 번역이다.

덧붙임 : 한 팀 수업 후, 어느 여학생이 '아비뇽의 여인들'에 대한 감상을 쓰기를, 너무 변태적으로 그려서 피카소는 재능을 함부로 쓴 것 같단다. 난감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용해 주는 척 했다. 이 아이 엄마는 전직 미술교사이고 전시회도 연 적이 있는 분인데 이 아인 확실히 남다른 고집으로 자기의 감상을 물리지 않으려했다. 내 의견을 몇 번씩 말해주어도 자기 생각은 변함 없단다. ^^

두 팀 수업 후, 아이들의 감상이 참 일관되어있다는 점에 놀랐다. 이 책이 아이다운 시선으로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느낌과 생각을 장난스러운 그 지점에서 선 그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 화가의 마음을 읽어보자고 감상의 포인트를 잡으려해도 아이들은 가볍고 표면적인 이야기들만 뱉어놓는다. 솔직하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총평을 쓴 아이의 글이 가장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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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7-1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학생의 말이 재밌네요.(이런 쪽으로 관심이 동하는 음흉한 비자림^^)
성에 대한 그림이라는 걸 느꼈지만 성에 대한 묘사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나이 특유의 성에 대한 모순된 감정의 발로가 아니었을지...호호호

프레이야 2006-07-1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비자림님 내숭 떨지 마라고 그래주었어요..^^ 다른 팀 남학생은 그 그림이 웃기다고 하더군요. 그 여자아인 엄마에게 보이지않는 억압이 심한 것 같다고 해석합니다..^^

푸하 2006-07-1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해하기 어렵다. 라는 말을 한 아이가 저도 마음에 드네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게 가장 솔직한 것이긴 해요.
이 수많은 모르는 것 투성이의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할 때가 많아요.

또또유스또 2006-07-1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비가 많이 와요..
무탈하시죠?
님의 리뷰로 또 책 욕심이 생기네요..
아직은 아이가 볼 수준의 책이 아닌데...
님께서 하시는 수업을 저도 들으면 안 될까요?
저 수강 신청이요!!!!!!!!

프레이야 2006-07-1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모르는 게 많아 날마다 새롭네요^^
또또님, 여긴 비가 많이 안 오네요. 그저 눅눅해요.. 참 영화예매권 축하드려요^^

리틀타운 2006-07-1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프레이야 2006-07-1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밤톨아기님 오셨네요^^

소나무집 2006-07-27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전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책에서 본 몇 작품을 빼고는 지루해하더군요.

프레이야 2006-07-2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반가워요. 전 5월 말에 가서 보았어요. 청색시대부터 잘 전시해두었더군요. 게르니카가 없었지요.^^ 아이들은 지루해하였을 것 같아요. 전 옆지기랑 둘이서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