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포영화를 볼까?
  2006/07/09 08:53
서일호      조회 715  추천 0

안녕하세요, 주간조선 서일호 기자입니다.

 

공포영화는 공포를 느끼고 즐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렇다면 공포란 무엇일까? 공포(恐怖)의 사전적 의미는 ‘무서움’ 혹은 ‘장차 고통이나 재앙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이다. 부연설명하면, 인간이 신체적 위험에 직면하여 생존, 미래, 자신에 대한 존중을 위협 받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공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공포와 학습에 의한 공포다. 먼저 유전적 공포는 인류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간은 공포를 느낌으로써 위험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한다. 즉 공포는 그 상황에서 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신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시인은 맹수와 마주쳤을 때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도망가거나 싸울 준비를 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에도 유전적 공포는 여전히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큰 트럭이 갑자기 자신을 향해 돌진해올 때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피하지 않고 있다가 죽지만, 공포를 느껴 피한다면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인간은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서도 공포를 느낀다. 공포 학습은 한두 번의 경험으로 신속하게 일어나고 오랜 시간 지속된다. 뜨거운 솥에 손을 댄 경험이 있는 아이는 그 한 번의 경험으로도 솥을 무서워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개에게 물린 적이 있으면 이후 그 대상에게 더욱 큰 공포심을 갖게 된다.

 공포가 학습된 결과라고 주장하는 행동주의 심리학 실험 중 가장 고전적인 것이 ‘꼬마 앨버트 실험’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가 자신의 아들인 앨버트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이다. 스키너는 천둥이 칠 때 흰쥐가 앨버트의 앞을 지나가게 했다. 그 뒤 앨버트는 흰쥐를 보기만 하면 천둥소리를 들은 것처럼 놀랐다고 한다. 후천적인 공포는 그 대상이 무섭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학습함으로써 극복할 수도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김인경 박사는 “학습된 공포는 이전에는 없다가 자신이 극심한 공포를 느낀 시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포의 근원은 어떤 것일까? 공포가 발생하는 첫째 원인으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들 수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타나토스(Thanatos·그리스어로 ‘죽음’)’라고 하는데, 정신분석학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모든 공포의 근원이라고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사춘기 때뿐만 아니라 중년이 되면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잊고 있었던 죽음을 떠올린다. 이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중년을 방황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둘째로, 심리학에서 공포는 억압된 욕망의 투사(投射ㆍ심리학에서 쓰이는 용어로서 자신의 의식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로 발생한다고 정의한다. 즉 공포는 억압된 욕망이 형태를 갖춰 수면 위로 뛰쳐나온 것이다.

셋째로, 사회학에서는 억압 받는 대상인 여자나 노약자는 언제든지 억압하는 자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공포영화 속의 대다수 귀신이 여자, 아이, 노인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포를 담당하는 뇌(腦)의 부위가 있을까? 공포와 관련된 뇌 부위는 시상핵과 편도체다. 시상핵은 시상을 이루는 다수의 핵이고, 시상은 ‘주요 감각의 최종 중계소’라고 할 수 있다. 즉 시각, 청각, 체감각 등은 시상을 거쳐 대뇌피질(대뇌의 바깥층)에 전달된다. 후각을 제외한 모든 자극이 시상핵을 통과하고, 시상핵은 대뇌피질과 연결돼 있어 우리 몸에서 일어난 일을 대뇌피질세포에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공포 자극을 받았을 때 시상핵은 이를 대뇌피질로 전달하기 전에 먼저 편도체를 자극한다.

 편도체는 변연계(대뇌피질의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물을 지칭하는 것)의 한 부위이다. 이 편도체가 공포 자극과 공포 반응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공포관련 자극이 시상핵을 통해 편도체를 자극하면 신체에서 공포와 관련된 생리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편도체를 제거한 쥐는 고양이 앞에서도 태연하고 심지어 잠자는 고양이 등에 올라 귀를 물기도 한다. 또 원숭이의 편도체를 손상시키면 뱀을 손으로 잡으려 하고 타오르는 불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면 어떤 신체적인 변화가 일어날까? 먼저 자율신경계(의식적인 인지나 노력 없이 내부기관을 통제·조절하는 척추동물의 신경계 일부)가 신체의 털세움근(피부 밑 털주머니에 붙어있다)을 수축시키면서 누워있던 털이 수직으로 일어선다.

 공포를 느끼면 추위를 느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피부에 소름이 돋고 목덜미의 털이 곧추서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는 피부혈관에 공급되는 혈액이 줄어들고 근육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지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이다.

 또 땀샘이 수축되면서 땀이 나고 방광이 수축돼 소변이 마려워진다. 동공이 커지는 것은 더 많은 빛을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다. 침이 줄어 입이 마르는 것은 공포 대상과의 투쟁 혹은 도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화활동을 억제하고자 함이다. 평소 공포영화를 자주 보고 강력한 놀이기구를 즐긴다는 대학생 이지연(21)씨는 “공포의 순간이 오기 직전의 긴장감이 짜릿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에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이 같은 신체적인 변화 때문이다. 세브란스 병원 정신과 이홍식 박사는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 맥박, 호흡이 빨라지고 말초신경계 역시 자극되면서 손발이 차가워지고 진땀이 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말초신경계의 자극은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몸을 차갑게 만들기 때문에 무더위를 쫓기에도 좋다고 한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공포영화나 놀이기구의 자극은 아드레날린이나 도파민과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을 생성시키기 때문에 짜릿한 쾌감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자들은 공포 자극도 반복되면 일종의 중독성을 보인다고 경고한다.

 또 공포는 고통을 감소시킨다. 인간이 공포를 느낄 때에는 고통이 줄어들게 진화되어 왔다. 극심한 공포상황에서는 고통을 잊도록 뇌에서 진통효과가 있는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 고통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공포영화는 억눌린 욕망이나 이데올로기를 해소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공포 체험은 금기나 좌절된 욕망을 해방시키는 기능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에서 해소되지 않는 욕구를 발산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현실의 모순을 집단적으로 해결해서 대리 만족을 얻는 것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즐기는 것은 ‘카운터 포빅 애티튜드(Counter-phobic Attitude·역공포 태도)’ 때문이라고 한다. 즉 안전함이 보장된 가운데 ‘유사 공포’를 겪음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공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심리적 항체를 만드는 예방주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혜남 신경정신과의 김혜남 원장은 “두려워하는 것을 일부러 함으로써 정복하는 것”이라며 “내부의 공포를 객관화시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면서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부닥쳤을 때 비현실적인 두려움과 과도한 불안 증세를 느낀다면 공포증이라 부르는 병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광장 공포증, 폐쇄 공포증, 고소 공포증, 대인 공포증 등이 있다. 이홍식 박사는 “공포가 지속되는 경우 위장경련, 요통, 배뇨 장애와 같은 행동 장애와 함께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공포감을 느꼈던 것을 계속 이야기하는 인지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 공포감에 사로잡히면 절망적인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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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1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니까 <알 포인트>를 볼 때의 극도의 공포감이 되살아난다. 욕망의 투사. 시각은 모든 욕망의 근원. 보이지 않는 자는 결국 공포로부터 살아남았다. 요즘 계절이니 계절이니만큼 공포영화들이 많이 나오던데 그중에서는 '스승의 은혜'가 젤 보고 싶다.

또또유스또 2006-07-1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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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주무세요..

 제가 일등 했어요  ^^


프레이야 2006-07-1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섬증을 많이 타시는 (귀여운 ㅋㅋ)또또님, 공포영화 보면 기절하실테니 절대 보지 마시고 재미나고 따뜻한 영화 보시길... 옆지기님이랑요^^ 오늘 덥네요~~

또또유스또 2006-07-1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흫 사실 저거 일등 캐쳐 하면서 여그다 댓글 올리다가 마구 무서워져서 알라딘을 뛰쳐 나가 바로 잤다는거 아닙니까...
무섬증하나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