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우연히 이 책을 소개하는 걸 들었다. 떠나고싶어라~

유럽 여행의 새로운 테마, 축제 - 그 광기의 현장!

 

20대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여행은 이제 꼭 가봐야할 필수코스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무작정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나던 초창기의 여행에서 테마를 찾아 현명하게 여행지를 선정하고, 그 안에서 폭넓은 경험을 얻는 것으로 여행 문화가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으로 명소를 훑는 여행에서 진일보한 셈이다.
이런 추세에 다양한 여행 정보지도 함께 출간되어 여행자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축제, 세상의 빛을 담다>라는 책에서는 유럽의 축제를 '색(color)'이라는 매개로 연결하여 아주 재미있게 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럼 색깔별로 어떤 유럽 축제들이 소개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빨간색 - 원초적 본능이 손짓하는 스페인 축제들

 

심장에 흐르는 피마냥 붉게 타오르던 빨강. 이 색에 잘 어울리는 나라는 단연 스페인이다. 바스크의 소몰이 축제에서 붉은 스카프를 매고, 황소의 심장에서 터져 나오는 피칠갑에 흥분하여 덩달아 광란하던 그 죽음의 현장이 어찌 빨간색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면 바르셀로나 메르세 축제의 빨간색은 희망을 상징한다. 스페인의 내전과 프랑코의 끔찍한 독재를 이겨낸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인간탑의 향연은 파도처럼 춤을 추는 거대한 율동이다. 살랑살랑 나부끼며 돌아가는 사르단춤의 궤적. 그것은 감춰놓은 붉은 피의 희생과 고통, 그리고 모든 고통을 극복한 전통과 문화에 대한 그들이 집념이 이룩한 몸부림이자 거대한 에너지다.

 

 

 

 

황금색 - 찬란한 크리스마스의 정경이 있는 독일 축제

 

평화와 사랑이 충만한 황금색. 그것은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축제를 위한 색이다. 독일만큼 차분하고 독일의 느낌만큼 화려하고 독특한 이 축제는 한 해의 말미를 장식하는 중유럽의 중요행사다. 크리스마스 정령 같은 황금빛 소품들이 진열된 장터에서 글뤼바인을 마시며 독일의 음울한 겨울날씨를 음미하며 성가족의 구유에서 고향의 가족을 떠올린다.

 

 

 

 

 

노란색 - 우산과 우비의 뜨거운 몸짓이 흐르는 프랑스 축제

 

거친 북해를 무대삼는 선박과 바닷사람들의 본거지 덩케르크. 오래된 광기의 전통과 억센 열기가 합세하여 가장 지독한 난장판의 카니발로 악명을 떨친 이곳은 북해의 바람을 고스란히 받아치는 덩케르크 시민의 우직함이 묻어있다. 그렇다면 왜 노란색이 덩케르크 카니발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청어잡이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어부의 복장이었던 노란색 우비가 카니발 악대의 복장이 되어 용감하게 카니발 행사를 이끌기 때문이다. 뼈를 에이는 혹한의 비 내리는 북해 항구 도시에서 노란색 우산을 들고 나타난 광인의 무리에 샛노랗게 질려 미쳐가기도 한다. 알코올과 춤판이 난무하는 덩케르크 카니발. 성性이 뒤바뀌는 일탈의 현장에서 세상이 하나되고 사람들이 하나되는 즐거움을 경험하리라.

 

 

 


오렌지색 - 은빛보다  찬란한 벨기에 축제

 

빨갛지도 그렇다고 노랗지도 않은 모호한 오렌지색. 도시 전체가 회색 물감에 푹 담가버린 듯 침울함만이 감도는 벨기에의 뱅슈가 어떻게 이 발칙하고 도드라진 색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칙칙한 도시에서 한눈에 튀는 오렌지색이야말로 즐거움과 기쁨으로 축제를 인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벨기에의 오렌지색 복장의 거인들과 그들의 춤, 허공을 무자비하게 날아다니던 매서운 오렌지 축제. 순식간에 세상이 온통 오렌지의 광란으로 물드는 이곳에서 오렌지색과 하얀 눈이 연출하는 환각이 독특한 정경으로 다가온다.

 

 

 

초록색 - 아비뇽의 녹색 바람과 왕의 정원에서 펼쳐지는 프랑스 축제들

 

성장을 의미하는 ‘그로gro'를 상징하는 초록색. 그래서 이 색은 항상 자라는 식물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을 뒤덮은 검은 땅에서  강렬하게 싹을 피우는 소나무처럼 태어난 것이 바로 아비뇽 축제다. 그래서 식물의 초록색처럼 생기 있고 발랄하고 기운차다. 다양한 예술혼들이 공연을 벌이고 아름다운 페스티벌의 정신을 계승하는 아비뇽의 거리는 흥겨움 그 자체다. 그런가하면 쇼몽 쉬르 루아르 정원 축제는 말 그대로 세계의 여러 민족들의 정원 문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색적인 축제다. 일탈과 퇴폐가 난무하는 축제와는 달리 두 축제 모두 녹색의 풍경을 담고 있기에 활기차고 희망이 가득하다. 

 

 

 

 

청록색 -  서늘한 북해의  영국 축제

 

초록보다는 차가운, 그래서 영국의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너무 잘 어울리는 청록색. 아비뇽 축제와 이란성 쌍둥이격인 이 축제는 8월 내내 판이한 대여섯 개의 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풍성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이 기간에 에든버러에 머물면 세상의 모든 공연 형태를 다 맛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문화축제’가 벌어지는 셈이다. 도시 전체가 축제를 준비하고 축제를 만끽하는 그래서 축제 도시 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곳은 그 자체로 청록색이 발산하는 빛이자 새로운 젊음이 피어나는 기쁨의 현장이다. 

 

 

 


파란색 - 라인 강이 전하는 스위스 축제

 

 

차가운 빛의 대명사 파란색. 축제의 허구성과 상상 속의 다른 세상을 보게 하는 이 색은 차가움이 감도는 스위스의 바젤 축제에 제격이리라. 사실 라인 강은 독일의 강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원류는 스위스다. 이 긴 강은 애초에는 스위스 알프스의 안개를 거쳐 지난 순수한 파란색 강이다. 그러기에 더없이 고즈넉하고 신비롭고 춥다. 하지만 형형색색의 가면과 광대행렬, 등불 행렬, 악대의 피리와 북소리가 합세하는 바젤 축제에서는 일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마치 수공작이 암공작에게 구애하듯 차량이나 말, 혹은 마차 등을 타고 자신을 한껏 뽐내는 그들을 바라보노라면 전형적인 시민행사가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17가지 - 정체성이 격돌하는 이탈리아 축제

 

열일곱 가지 무지개가 수놓아진 이탈리아의 전통 축제. 그것은 바로 팔리오 축제다. 13세기 시에나의 가장 좋은 시절에 출현한 이 축제는 17개의 동네가 겨루는 경마대회다. 그래서인지 팔리오에는 기사들의 행진, 깃발로 이루어진 의전행사, 그리고 거친 경마 등 당시 군대 문화의 흔적과 냄새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의 팔리오가 17개 동네를 끈끈하게 잇는 고리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공동체 축제라는 점은 참으로 재미난 부분이다. 이런 17개 동네의 난장판이 한 축제에 모여 폭발하니 그 에너지의 위력이 어떠할지 상상하고도 남으리라.

 

 

 

 

이번 여름 아비뇽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펼쳐지는 축제에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축제, 세상의 빛을 담다』, 김규원 지음,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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