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만화가 더 좋아 산하어린이 127
이영옥 지음, 박재동 그림 / 산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만화가 백재동 이야기이다. 산하어린이에서 '나도 따라갈래요' 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뒷책날개를 보니, 연극인 박정자와 최일도 목사 편도 나와있다. 이미 세상을 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책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 박재동 만화가의 이야기를 4학년 남자아이들과 함께 보며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우선 만화가 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졌다.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로서는 꽤 호기심이 가는 눈치였다.

책표지에는 박재동의 얼굴이 사진으로 나와있고 그가 그린 만화 한 장과 몇몇의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져있다. 그 캐릭터들은 영화필름 안에 들어있는 걸로 보아 영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책을 읽어보니, 박재동 만화가는 요즘 '오돌또기' 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작업에 빠져있다고 한다. 제주 4.3항쟁을 소재로 하는 작품인데 시나리오와 캐릭터 등 준비가 거의 다 되었는데도 내용상의 몇몇 문제와 제작비 문제로 인해 아직 완성을 못 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 책은 한 인물이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살려나가고 어릴 적 가슴에 심었던 꿈을 어떻게 이루려고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 박재동은 어릴 때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상당한 열정과 고집이 보이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묻어나면서도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재능을 보고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믿고 밀어준 부모님들, 그의 재능을 높이 사서 회비를 받지 않고 그림지도를 해준 신창호 화백, 그리고 어려운 고비에서 좋은 길로 인도해준 친구들과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믿어준 아내에 이르기까지 만화가 박재동은 재능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라는 복까지 얻은 사람 같아 보였다.

인물의 그릇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고교미술교사로 재직 중일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제자가 "선생님의 그림은 독특하긴 한데 뭔가 빠져있습니다. 인간의 삶과 역사가 빠져있습니다." 이런 내용의 말을 한다. 여기서 박재동은 "내가 너의 스승이 아니라 네가 나의 스승이다. 그려도 그려도 뭔가 허전한 게 있었는데 이제야 그걸 알겠다." 라고 대답하며 침체기에 빠져든다. 제자의 말에 이렇게 수용의 자세를 보이며 거듭날 수 있는 회초리로 삼은, 인물됨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일을 계기로 박재동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 것 같다.

이후 박재동은 한겨례신문의 시사만화가로 활동하며 만평을 쓰고 그린다. 가로세로 9센티미터 크기의 네모 안에 강한 인상의 이야기를 그려내야하는 일이 피를 말리는 작업이었다고 간접적으로 술회한다. 이 책에는 그 때 인기있었던 시사만평도 몇 실어놓았고  환경문제를 비롯해 우리 사회 여러 곳 소수자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있다. 아이들에게<십시일반>에 나와 있는 박재동의 그림도 덤으로 보여주었더니,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만화가 그 책에 나와있는 걸 보고 흥분하며 좋아했다.  당장 그 만화책을 사겠다고 책 제목을 적고 책값을 물어보고 야단이다. 빌려주겠다고 해도 살 거라고 우긴다.^^

박재동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릴 적 '요술소년'과 '피노키오' 만화영화를 보면서 '움직이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작업의 세계에 빠져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재능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 그리고 한 길로 가는 고집스러움외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추어야할 것이 있다면 노력, 열정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함을 느낄 수 있다.  어릴 적부터도 박재동은 그림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스크랩을 해두어 훗날 만화를 그릴 때 그것들이 상당히 도움된다고 한다. 열정이라면 대표적으로, 밥도 안 먹고 잠도 아껴가며 다락방에서 장편만화를 그리는 일에 푹 빠졌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들 수 있다. 그 스케치북을 아버지가 다 쓴 것인 줄 알고 버렸을 때 얼마나 아까웠을까.  제자의 일침으로 깨닫게 된, 인간에 대한 사랑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귀였다. 

이 책은 박재동이 담당한 삽화와 함께,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그렸던 여러가지 그림과 만화, 서양화, 최근에 그린 인권만화들과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 중  오돌또기 식구들과 함께 만든 '사람이 되어라' 의 필름 컷 몇 장면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책의 뒷편에는 간이 '만화박물관'을 만들어 만화에 대한 짧은 정보를 보기좋게 실어놓았다. 행간도 넓고 읽기에 좋은 쉬운 문체로 초등 4학년 이상이면 읽기를 권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품절로 되어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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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0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제가 봐도 될까요?
보고 싶어지네요..

내이름은김삼순 2006-07-0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은 좋은 책들을 많이 알고 계신것 같아요, 저두 좀 많이 추천해 주세요^^
조카들이 읽을만한 동화책, 제가 읽어도 좋은책들,,헤헤~^^

프레이야 2006-07-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님, 보셔도 되지요. 재미나요.. 근데 알라딘에는 품절이던데요..
삼순님 조카들 나이는요??

소나무집 2006-07-09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재동 님을 좋아하는데 한번 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6-07-3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