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전장에서 적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먼지구름을 보고도 식별했다. 기마병이 선봉으로 달려오면 그것이 하늘을 덮는다. 그러면 망루에서 이것을 관찰하여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아빠가 아이의 속마음을 읽는 방법은 무엇인가? 신체언어로도 알 수 있다. 이것은 몸동작을 보고 감정을 읽어내는 기술로 심리학에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된 분야다. 무엇보다 사람 사이에 가장 어려운 것은 의사소통이다. 아빠는 자식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어서 아이의 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고학년이 될수록 더욱 난해하다. 신체언어는 경제를 예측하는 선행지표와 같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아이의 속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아이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아이가 학교에 갔다 와서 목례만 꾸뻑하고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숨긴다는 것이다. 감추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시선을 피하려는 것이다.
◈가족식사를 피하려고 한다: 식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식사란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다.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고통이다. 부득이한 경우 함께 먹다가 체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를 피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감정의 불균형이 원인이다.
◈대화의 거리가 멀다: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하니 3m 앞에서 앉아 있다. 아빠 자체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행동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m도 먼 거리다. 아예 손을 잡고 싶어한다.
◈아이의 말이 줄어들었다: 무엇을 물어봐도 단답형의 대답이며 목소리도 작다. 무언가 불만이 쌓였다는 징조다. 질문 자체를 무시하고 부정하려는 태도다. 아빠가 싫다는 신호다.
세상의 이치란 인과응보다. 아빠는 아이의 이러한 신호를 읽어야 한다. 아빠와 아이의 관계에서 아이는 항상 약자다. 때문에 아빠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 아이는 도마뱀 작전을 자주 사용한다. 속마음을 꼭꼭 숨긴 채 마지못해 하는 것이다. 한 번 상처받은 마음은 아무리 달래고 잘해줘도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결국 결자해지다. 아빠가 그 아픈 부분을 이해하려고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따뜻하게 감싸주었을 때 봄에 눈이 녹듯이 풀릴 수 있다.
효과적인 방법은 신체언어식 대화이다. 심각한 이야기라면 따뜻한 방에 누워서 해보자. 일단 누운 상태가 되면 몸의 기가 골고루 퍼져 경계심도 줄어들며 말의 속도 역시 느려진다. 설사 기분이 나빠도 분노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싸움이란 대부분 서서 하지 누워서 하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무언가 씹으면 긴장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만일 대화 도중 아이가 아빠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현을 하면 다음 기회로 넘기자.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필요하다.
의사소통의 부재는 의혹을 만들며 적대감, 또는 증오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빠는 우선 아이의 신체언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와의 대화가 적더라도 상황에 따른 메시지를 수시로 접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아이의 말을 많이 들으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되면 마음을 얻을 수가 있으며, 마음을 얻으면 허물없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바로 멋있는 아빠가 되는 지름길이다.
권오진 ‘아빠와추억만들기’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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