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할 거야!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2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힘센 생각'을 가지기를 바라며 어린이를 위해, 어른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힘센 생각이라는 말이 참 듣기에 미덥다. 힘센 주먹, 힘센 발길질이 아니라 생각이 힘 있으려면 어떠해야하나, 이런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느낄 수 있게 들려주고 보여준다. 책의 서문뿐만 아니라, 뒷장에 나오는 '부모님에게 드리는 글'을 반드시 먼저 읽고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면 책의 내용을 더욱 잘 소화하고 체화할 수 있겠다.

크게 두 장으로 나뉜다. 첫 장, '내 마음대로 할 거야'에서는 규칙을 지키며 살면 얼마나 편리하고 자유로운가를 깨닫게 한다. '이렇게 해'보다는 '이건 안 돼.'가 훨씬 자유를 주는 말이라는 이야기다. 이 부분에서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안 돼'라는 금지어는 자제하고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라는 제시형이 바람직한데 잘못되었다는 결론이다. 이건 안 된다라고 가르치면 그 외의 것들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 외의 것들이면 다 된다는 말이 아니라 아이가 가장 바람직한 행동을 찾아나가는 길이 열려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해."라고 하나의 양식을 정해주면 아이는 '이런 방식' 이외의 것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지고 다른 기회마저 생각해볼 여지가 없어진다.

요즘 엄마들 중에 '안 돼.'라는 말을 아이에게 전혀 쓰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아이의 행동이 잘못 되어도 수정해줄 의사가 전혀 없어보이는 경우다. 아이가 언젠가는 올바른 행동을 찾아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이나 자신이 불편을 겪어야하고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 걸 잊기 쉽다. 가스똥은 묻는다.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게 많아요?" 하지만 아빠는 말한다. "해도 되는 것들을 생각해 봐.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 이런 대화글을 아이가 묻고 엄마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함께 읽는 것도 좋겠지만, 엄마가 묻고 아이가 대답하며 책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둘째장, '나도 때릴 거야!'에서는 아이의 공격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억누르기보다 바람직한 식으로 풀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함을 말한다. 아이들 간에는 평화보다는 싸움이나 폭력이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의 아이들이 예전의 아이들보다 폭력적이어서가 아니라  잠재된 폭력성을 평화로운 방식의 관계맺기로 이끄는 교육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 작은 그림책에 담긴 내용은 깊고 넓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잘 그려져있다. 한 쪽은 아이와 부모의 간단한 질문과 대화로, 다른 쪽에는 아이가 그린 것 같은 크레파스 그림으로 글의 내용을 시각화하였다. 그림이 썩 재미나다. 아이들의 자라나는 마음과 나름의 고민 그리고 모름지기 갖게 되는 정의감이나 책임감이 잘 드러난다.

어제는 작은딸이 친한 친구랑 싸웠다면 몹시도 속상해했다. 내게 메일을 보내 속상한 자기 마음을 자세히 풀어놓았길래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친구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라고 한마디 던져 놓았다. 그런데 오늘 학교를 마치고 집에 함께 오는 거다. 그럼 그렇지.. 이게 벌써 몇 번째라고.. ^^  난 토스트를 만들어주며 서로 친하게 지내라고 슬쩍 말했다.

아이든 어른이든 감정을 억누르는 건 좋지 않다. 감정에 솔직하고 좀더 세련되게 풀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며 행복한 관계맺기를 하는 아이들, 날마다 자라나는 아이들. 그 옆에서 이 책 <꼬마 시민 학교>는 꽤 괜찮은 동무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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