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
호시노 미치오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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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도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입니다. 모든 생명에게는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는 강인함이 있습니다. 또 너무나 쉽게 사라지는 연약함도 있습니다. 나는 생명이 가진 그 연약함 때문에 알래스카를 사랑합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당연한 일상이 아니라 기적입니다. 오늘 나의 심장이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기적 중에서도 가장 큰 기적입니다. 아내가 유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모든 생명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연약함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나는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연약함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어떤 한계 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46쪽

알래스카의 태양은 수평으로 천천히 이동하는데 적도의 노을은 수직으로 떨어집니다. 그 숭고한 낙하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62쪽

"지도가 역사보다 더 재미있어. 지도는 땅과 바다를 그린 것이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 주제야. 그 땅에 누가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거든. 그래서 지도를 볼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게 됐는지 알 수 있지."-112쪽

낡은 소파와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인 책, 그리고 바닥에 누워있는 늙은 개...... 이 책방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과 동떨어진 낯설음이었다. 어쩌면 이런 낯설음이야말로 사람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는 정신의 위로가 아닐까.-117쪽

루스 빙하는 바위, 얼음, 눈, 별로 만들어진 무기질의 고산지대이다. ... 이곳엔 문명이 없다. 대신 우주의 진정한 모습이 숨어 있다. 빙하 위에서 보내는 고요한 밤, 차가운 바람, 반짝이는 별빛...... 정보가 적다는 사실은 사람의 내부에서 어떤 힘을 만들게끔 유도한다. 그래서 그만큼 인간은 더 많은 무언가를 상상하게 된다.-153쪽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친구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거대한 고래의 갑작스런 움직임 때문이 아니라 이 거대한 고래를 포용하는 대자연의 크기에 감동하고 놀란 것이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 외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고래가 살아가는 시간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또 하나의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다.-160쪽

분명 내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고 또 아무런 영향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을 때 인생에 감춰진 고독의 베일이 벗겨진다는 것을 나는 조지와의 만남을 통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177쪽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인생은 그저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185쪽

"사람의 인생은 강물과 같아. 그런데 사람들은 물가를 더 좋아하지. 조금만 더 참으면 바다로 나아갈 텐데 말야."-234쪽

에스키모들은 사냥을 신성한 의식으로 생각했다. 문명인에게 사냥이 일종의 스포츠라면 에스키모들에겐 생존의 수단이다. 따라서 가장 고귀한 행위이며 자연의 은혜인 것이다.-243쪽

사냥에 성공한 에스키모들은 짐승의 영혼을 달래고, 그 희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것이 알래스카의 율법이다. .....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한 생명을 희생시켰듯이 자연은 나를 희생시켜 다른 생명을 살릴 권리가 있다.-245쪽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라는 단어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과에 상관없이 지나온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진정 의미를 갖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다.-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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