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동물에 대한 생각

엄마에게는 괴물 나에게는 선물 ㅣ 내친구 작은거인 12
길지연 지음, 선현경 그림 / 국민서관 / 2005년 12월

이 책은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자' 는 구호를 알콩달콩하게 녹여서 그려내고 있다. 마레와 엄마간의 긴 싸움 그리고 이구아나가 그려져있는 셔츠를 입은 언니와 동물사진을 찍으러 아프리카로 먼 여행을 간 아빠를 등장 인물로 하여 이야기를 그린다. 마레가 화자로 1인칭 동화인데, 여기서는 문체와 화자 간에 어색함이 전혀 없다. 마레 또래의 생각과 말투 같은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마그리트꽃과 레몬에서 이름을 딴 '마레'라는 이름은 다소 어색하다. 마그리트꽃을 아이들이 잘 알지 모르겠다. 한번 찾아보아야 할 듯. 

마레는 2학년 2학기가 시작하는 날에 생일을 맞아 선물을 받고 싶다. 늘 일로 바쁜 엄마 때문에 마레는 외로움을 탄다. 게다가 아빠는 아프리카동물 사진을 찍으러 멀리 떠나고 없다. 그런 마레의 눈에 띈 퍼그종 강아지는 못생긴 얼굴에 호도알 만큼 털이 빠져 붉은 살이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데려다 함께 살고 싶은 생각에 덥썩 안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엄마와의 갈등이 시작되고 만다. 마레는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거짓말까지 하고 엄마와의 침묵의 전쟁은 짧지 않게 계속된다. 결국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고 한 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강아지 '몰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 마레에게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동물을 사랑하자는 상투적인 문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마레의 입을 통해 불쌍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되듯이 불쌍한 동물도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엄마의 입을 통하여는 데려다 책임지고 끝까지 보호해 줄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야한다고 말한다. 요즘 이기적인 생각으로 애완동물을 기르다가 병이 들거나 하면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몰라'를 재미삼아 괴롭히는 중학생들을 혼내주는 대학생을 통해 동물 학대를 지적한다. 사라져가는 동물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아프리카에 머물고 있는 아빠의 경우를 가지고도 멸종동물에 대한 생각을 아이들과 이야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 동화는 2-3학년 정도의 초등학생이 보면 알맞겠다. 아이들만의 톡톡 튀는 대사와 삽화가 눈에 띈다. 삽화는 마치 아이들이 수채화로 그린 것 같다. 꾸밈없이 또래의 눈높이에 알맞아 편안하다. 아빠가 아프리카에서 보낸 편지나 마레가 엄마에게 보내는 화해의 편지도 글자들 사이에 그림을 넣어 재미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레몬색 편지지는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환해지며 레몬향이 난다. (나도 레몬 색을 참 좋아한다.)

마레가 몰라를 진짜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바쁜 엄마를 대신하여 늘 자기 곁에 있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는 마레의 이런 마음을 알아채고 선물을 돌려준다. 마레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도 아이다우면서도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