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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소 - 중국문학 ㅣ 다림세계문학 1
차오원쉬엔 지음, 첸 지앙 홍 그림, 양태은 옮김 / 다림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작가는 중국인이다. 세계문학 시리즈로 청소년을 겨냥하여 다림에서 묶어내는 책의 하나이다. '바다소'라는 생소한 이름은 네편의 단편 중 두번째 것이다. 네편 모두 성장의 진통을 겪고 훌쩍 크는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다. 성장의 통과의례로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은 '숲'이다. 여기 <바다소>에서는 '물'이 그 배경으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물'은 맑고, 변화하며, 순한 것 같지만 급하고 때로는 과격하다. 잔잔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때로는 무서운 얼굴을 하기도 하고 잔혹하기도 하다. '물'은 사람의 의식이다. 물밑의식은 내면의식이기도 하다. 여기 등장하는 네편의 작품은 하나같이 물을 배경으로 한다. 물에서 사건이 이루어지고, 물을 사이에 두고 갈등이 일어나며, 물에서 화해하고, 죽어서도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내 물은 기쁨이기도 하고 가슴에 스미는 슬픔이기도 했다.
'빨간 호리병박'에서 뉴뉴는 자신에게 설렘을 주었던 빨간 호리병박으로 인해 오해가 생겨 우정을 깨뜨리고나서 호리병박을 버려두고 홀로 물을 저어 나아간다. 호리병박은 어른이 되기 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의지의 대상이다. 그 대상은 육체적, 물질적인 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것들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뉴뉴는 호리병박을 물결따라 보낸다. 나의 판단과 가치관으로 자아를 확립하여 '나'의 삶을 살아가는 의식을 말한다. 누군가의 가치에 기대어 내가 흔들리고, 혹은 내가 없을 때 진정한 성숙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바다소'는 열다섯 살의 소년이 역경을 이겨내고 한 사람의 남자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홀로 모은 돈으로 바다소를 사서 집으로 끌고 오기까지 바다소와 소년이 겪는 이야기가 자세히 펼펴진다. 진흙탕을 뒹굴듯, 묘사가 워낙 상세하여 실감날 뿐만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다. 긍정적인 생각과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소년의 뜨거운 콧김과 온몸에 난 상처가 눈앞에 그려진다.
'미꾸라지'와 '아추'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관심과 사랑으로 타인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섬뜩하게 보여준다. 사람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잔인함과 이기심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율이 인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에 동시에 간직되어있는 선함을 간과하지 않는다.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부분이 이것이 아닌가싶다. 본래의 양심을 되찾고, 자신을 단죄하는 힘은 폭넓은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픔을 겪기 마련이다. 크든 작든, 사소한 것이든 엄청난 것이든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그것과 스스로 화해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거듭한다. 여기 네편의 단편들은 그러한 주제를 하나의 커다란 상징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게 한다. 이야기 전체의 사건과 배경과 인물에 그 주제가 녹아있다. 진솔하되 경박하지 않게 심리를 표출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에둘러 느끼게 한다. 각각의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상징과 은유가 되어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준다.
이 책은 세밀화 같은 글과, 글에 걸맞는 수묵화 같은 삽화가 잘 어우러져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낯선 배경과 이름, 중국 남부의 풍습 같은 것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책장을 덮을 때까지 관심과 긴장을 놓지 않게 할 만하다. 서정적인 문장과 마음 깊숙한 곳을 후비고 들어오는 깊이 있는 눈이 마음을 흔든다. 중학 1년 정도가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