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실팽이가 돌아가면
미야가와 히로 지음, 하야시 아키코 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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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머리에 매부리 코, 각지고 네모난 턱을 가진 교장선생님은 무척 고집스러워보인다. 선생님이 한 말대로, 남의 말을 잘 안 듣게 생겼다고 할까. 커다란 나무에 한 손을 기대어 짚고 한 손은 허리춤에 올리고선 한 쪽 다리로 서 있는 모습이 더욱 그렇게 보인다. 나무 옆에는 한 아이가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중해있다. 이게 실팽이라는 것이다.

실팽이는 종이로 둥근 모양, 네모 모양을 잘라 만들어 색을 칠하고 무늬를 그려넣어 만든다. 가운데에 구멍 두 개를 뚫고 실을 그 구멍으로 통과하게 하여 묶는다. 양손가락에 가로로 걸고 윙윙 돌려서 실을 팽팽하게 한 뒤 약간 느슨하게 하기를 반복하면 팽이는 윙윙 돌아간다. 그런데 종이가 얇으면 잘 돌아가지 않아서 단추를 이용하여도 되고 문구점에 가니 '타이어 팽이'라는 이름으로 이백원짜리 완구가 만들어져 나와 있었다. 이왕이면 종이로 만들어 돌리면 좋겠지만 잘 안 될 때는 이것으로 대체하여도 좋겠다. 이 팽이는 윙윙 돌아가면서 휘파람 소리를 내기도 해서 아이들이 신나게 생각하였다. 나는 잘 못 돌리겠던데 아이는 고수였다. 윙윙 휘파람소리까지 나며 잘 돌아가는 팽이를 보며 만족해했다.

이 책의 글은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사람이고 그림은 유명한 하야시 아키코이다. '단풍나무 초등학교' 라던지 창호나 상희 같은 우리 이름을 친근하게 지어 번역해두었다. 까다로워보이는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자연의 놀이를 함께 하며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려하는 마음이 처음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팽이 4개를 손가락과 발가락을 이용하여 돌리는 그림을 보면 무척이나 천진해보인다.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함께 즐기며 웃고 싶은 마음을 점차 엿볼 수 있다. 교장선생님은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어두고 발가락에 실을 걸어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실팽이를 돌리고 있다. 아이들은 이 모습에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실팽이돌리기 연습을 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다 그런 건 아니다. 교장선생님이 내린 어려운 미션을 잘 이루어내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상희가 한 행동은 깜찍하다. 실팽이를 던져버리고 새로운 놀이를 찾아 들로 나간 상희는 민들레인형을 만들어 교장선생님의 방에 갖다놓는다. 물론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이 아니라 '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라며 선생님께 자랑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감목걸이, 죽마타기, 지장보살놀이, 나뭇개비 붙이기, 완두콩 꼬투리 피리 불기 같은 것으로 교장선생님을 놀라게 한다. 이렇게 아이들 스스로 자연의 놀이를 찾아 이것저것 해 보게 하려는 게 선생님의 의도였지만, 선생님은 정말 흐뭇해하는 눈치다.

이제 교장선생님은 아이들로부터 숙제 하나를 얻었다. 완두콩 꼬투리 피리 불기다. 지금은 잘 안 되지만 열심히 연습을 하는 선생님의 볼이 터질 듯하다. 전체적으로 초록과 황토빛이 도는 그림들이 자연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톤의 그림과 친근하게 들리는 이야기글이 잘 맞아 웃음이 배어있는 한 편의 좋은 그림책이다. 아이들처럼 놀이를 만들어내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우물 속으로 묻혀버리는 것 같은 어른들에게도 이 그림책을 권하고 싶다. 흙냄새, 풀냄새가 어디선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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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3-30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추억의 학교라는 이탈리아 소설을 읽었는데요.
저런 자연 속의 선생님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프레이야 2006-03-31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 그림책은 2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았어요. 저도 자연속의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어 미안하더군요. 이게 아닌데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