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감·모범’ 대신 '거울' 혹은‘본보기’

 

거울은 우리 몸이나 어떤 물건을 비추어 보는 데 쓰는 물건입니다. 거울이 지닌 이런 모습 때문에 “어떤 사실과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보이는” 일을 가리킬 때도 ‘거울’이라고 해요. “마음의 ‘거울’이 되는 책” 처럼 말입니다. 또 하나 있어요. “본받거나 교훈이 될 만한 사실이나 대상”이라는 뜻으로도 ‘거울’을 씁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어느 초등학생이 쓴 일기를 모은 책 끝에 이런 말을 붙였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글을 이와 같이 우리 자신의 참 모습을 비춰 보이는 거울로 보아야 하고, 아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보아야 한다. <오보민 일기-아빠 우리 엄마 맞아>(우리글 펴냄)”

거울삼다’라는 말도 있어요. “다른 사람 일이나 지나온 일을 살피며 좋은 모습은 배우고 나쁜 모습은 삼간다”는 말이 ‘거울삼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거울’보다는 다른 말을 더 즐겨 써요.

‘반면교사(反面敎師)’와 ‘귀감(龜鑑)’과 ‘모범(模範)’이라는 말이 그 말입니다. “어떤 나쁜 모습을 보며 거꾸로 배운다”는 ‘반면교사’이고, “거울로 삼아 본받을 대상”이라서 ‘귀감’입니다. ‘모범’은 “본받아 배울 대상”을 가리키고요.

“거울로 삼아 본받을 대상”이라면 그냥 ‘거울’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본받아 배울 대상”이라면 그냥 ‘본보기’라고 할 때가 낫고요. 우리에게는 예부터 써온 ‘거울’과 ‘본보기’라는 좋은 말이 있어요. 자기를 비추며 자기를 헤아리고, 남을 비추며 자기를 보는 ‘거울’ 말이에요. 더불어 ‘거울삼다’라고 하면서 좋은 모습을 배우고 궂은 모습은 삼가는 몸가짐을 가리키는 말도 있고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거울’이 되고 ‘본보기’가 됩니다. 우리 어른들이 아름답고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을 거울이나 본보기 삼아서 무럭무럭 자라고 곱고 살뜰한 말과 글을 써요. 아이들이 쓰는 말에 문제가 있다면 아이들이 듣고 읽고 배울 말을 우리 어른들이 벌써 더럽혀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말과 글을 배우는 살뜰한 거울이자 본보기가 되어 주면 좋겠어요.

최종규/책만드는이 http://hbooks.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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