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사계절 1318 문고 15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케치 중 '노인과 젊은이'는 처음 보았을 때부터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의 표지에는 '노인과 젊은이' 중 젊은이의 옆모습이 그려져있다. 조각같이 깎인 콧날과 턱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아래로 큰 눈망울엔 무언가 야릇한 열망이 담겨있다. 이 젊은이는 살라이라는 실제인물로 추측된다고 한다.

작가 코닉스버그는 살라이에게 생명을 부여했다. 레오나르도는 거울글씨체로 하인 살라이에 대하여 '거짓말쟁이, 도둑, 고집불통, 먹보'라고 썼다고 한다. 여기서 작가는, 레오나르도가 당시 이탈리아의 귀부인들을 두고 상인 조콘다의 수수한 아내, 모나리자의 초상화를 그린 이유와 과정을 상상하고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구성했다.  

서두부터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며 극적이다. 1490년, 살라이가 레오나르도의 집으로 오게 될 때 열살이었다고 한다. 살라이는 레오나르도와 대립적인 성품을 지닌 것으로 그려진다. 살라이의 무책임과 무례함이 레오나르도의 작품세계에 보태져야한다고 작가는 베아트리체의 입을 빌어 말한다. 당시 레오나르도가 후원을 받고 있었던 스포르차 공작의 부인 베아트리체는 상대적으로 열등한 미모를 지녔지만 예술을 보는 눈과 자신을 제대로 알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통찰력이 범상치 않은 인물로 나온다.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줄 알고 대화의 묘미를 살릴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여, 살라이는 뒷날 모나리자에게서 이 여인의 풍모를 느끼게 된다. 살라이의 이런 강렬한 직관이 레오나르도로 하여금 모나리자를 그리도록 유도한 계기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바탕으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시공을 넘다들며 설레게 한다. 그 상상의 범위가 그렇고 생생하게 되살아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 또한 그렇다. 게다가 해당 시대의 배경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인물들의 숨은 생각이나 가치관을 유추해볼 수도 있어 흥미롭다.

르네상스시대라고 하면 화려하고 풍부한 문화예술의 부흥시대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혼란기였다. 십자군전쟁의 패배로, 오래도록 유럽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중세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가난과 질병(흑사병)으로 허덕이며 사람들은 새로운 정신적 지주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영혼을 기댈 수 있는 하나의 가치관을 이들은 그리스 로마시대에서 찾았던 것 같다. 레오나르도를 가장 르네상스적인 인물로 뽑는다면 그 이면에는 살라이적인 성향(솔직함, 순수한 장난기, 격렬함, 무책임, 제멋대로 주무름, 중요하지 않음, 진지하지 않음, 평범함) 이 있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서두에서도 나오듯 거리는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대조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살라이는 르네상스가 꽃 피던 이탈리아의 어두운 골목을 대표한다면, 어쩌면 가장 르네상스적인 예술적 기제가 되었던 건 아닐까싶다.  

이 책은 사계절문고 1318시리즈로 초등6학년에게도 괜찮을 것 같다. 특히 레오나르도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더욱 흥미로워할 것 같다. 당시 역사적배경과 레오나르도에 대한 읽을 거리를 먼저 본 후라면 더욱 재미있겠다. 레오나르도는 과연 여기서처럼 진지하기만 한 인물이었을까? 그가 관심을 가졌던 방대한 분야의 천재성과 거울글씨, 미켈란젤로와의 관계 같은 것에서도 상상력을 불러일으켜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