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의 역사편지 2 - 십자군전쟁에서 두번째 밀레니엄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편에 이어지는 2편은 십자군 전쟁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굵직한 줄기로 훑어간다.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쉬운 표현으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형식이다. 1편처럼 아들에게 주는 편지형식을 하고 있지만 그것에 그리 연연해할 필요없이 그냥 동서양을 넘나들며 수평적시야를 놓치지 않도록 한다.
2편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사를 서양 역사와 함께 놓고 보여주는 부분이 더 많다. 우리나라의 식민지역사에 대하여도 냉철한 비판을 해볼 수 있게 물음을 던져놓았다. 자주적 근대화와 강압에 의한 개화 사이에서 고심하였을 조상들을 생각해보며 다른 나라의 예들을 비교해 보면 좋겠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이 가져온 인간정신의 황폐화와 냉전에 대하여도 간단하며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 민족의 근대화와 21세기' 라는 꼭지를 두어 우리 나라로 돌아와 맺는다. 그 이유로 저자는 '역사는 보는 이의 눈과 생각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에 아들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놓았다고 한다. 그것은 역사는 대체 뭣에 쓰는 거예요? 하는 질문에 "역사가 알아내려고 하는 건 바로 인간이다" 라는 답변이다.
아이들과 역사책을 읽을 때면 서두에, 왜 역사를 공부하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그 목표는 '인간'에 있었다. 역사 뿐이 아니라 그러고보면 철학이든 과학이든 예술이든 지향하는 곳은 '인간'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서 인간의 삶을 진보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6학년 쯤이면 삶의 방향을 어느정도 정해가는 아이들도 있고 아직 공부의 목적도 의미도 별로 깨닫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이전과는 달리 고민하고 방황하는 듯한 흔적을 보인다. 사춘기라 볼 수 있겠지만 중요한 시간들을 흘려보내는 것 같아 보일 때면 안타깝다. 내가 그만할 때쯤을 생각해보면 역사책을 권해주지 않은 어른들이 좀 야속해진다. 그 땐 지금처럼 좋은 어린이책이 별로 없었던 것인지, 중학생이 되어 아주 무서운 역사선생님의 몽둥이 앞에서 고려왕조와 조선왕조의 순서를 외우곤 했던 기억만 난다. 역사의 흐름과 그것이 인간의 삶에 속속들이 미치고 들어왔던 파장 그리고 역사의 바퀴를 굴려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에 대해 느끼게 해주었던 시간은 못 만났던 것 같다.
지금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역사책을 두루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사는지, 앞으로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정말 모르겠을 때 역사책을 펴 봐라. 살아 꿈틀거리는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이 보일 거야. 네가 찾고 있는 길도 아마 거기 있을지 몰라." 이런 말을 그 옛날에 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