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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범벅 장수 ㅣ 옛날옛적에 4
한병호 그림, 이상교 글 / 국민서관 / 2005년 5월
평점 :
도깨비, 하면 한병호님의 그림이 생각난다. <황소와 도깨비>에서 처음 한병호님의 도깨비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무섭고 사나운 이미지의 도깨비가 아니라 어딘가 어리숙한 느낌의 우리 도깨비들이 한병호님의 그림에서는 더욱 잘 살아나는 것 같다. 한 가지 얼굴로 고정되어있지도 않고 사람의 얼굴이나 몸이 제각각이듯 도깨비들도 제각각의 용모를 하고 있다.
<도깨비와 범벅장수>에서는 도깨비 나라에 호랑이나 멧돼지, 부엉이 같은 동물들도 도깨비로 등장한다. 배불뚝이 도깨비, 홀쭉이 도깨비, 좀 어려보이는 도깨비, 나이들어 보이는 도깨비 등 민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은 역시 <황소와 도깨비>에서 보았던 돌쇠와 흡사하게 생겼다. 호박범벅 장수이지만 나중엔 농사만 열심히 짓는 사람으로 바뀐다. 도깨비에게 범벅을 계속 팔고 금돈은돈으로 편하게 부자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 돈으로 논밭을 사서 농사를 열심히 짓고 사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미덕을 발견할 수 있으면 족하겠다.
우리나라 도깨비들은 어리숙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성격으로 사람에게 잘 속아넘어가기도 하지만 결국은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셈이 되고 선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 도깨비가 그토록 먹고 싶은 호박범벅을 더 이상 만들어주지 않은 범벅장수의 마음을 헤아리면 좋겠다. 범벅 장수는 호박범벅 값보다 훨씬 많은 가치의 금돈은돈으로 쉽게 부자가 되는 길을 버리고, 힘들여 땀흘리며 농사지으며 일한 만큼의 댓가와 보람으로 사는 농부가 되었다. 호박범벅이 먹고 싶어 병이 날 지경인 도깨비들에게 호박범벅을 다시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면 어떨까. 도깨비방망이는 어디 쓰나 모르지..^^ 아이들과 호박범벅을 만들어 함께 먹어보면 좋을듯한데 만들 재주가 없어서 안타깝다. 먹고 싶어라.
찾아보니 이 책은 1992년 다른 분의 글로 나왔던 그림책이다. 그림은 역시 한병호님의 것이었다. 새로 나온 이 그림책은 특이하게도 세로쓰기로 되어있다. 그래서 책의 길이가 조금 길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읽어나갈 수 있게 편집되어있다. 훈민정음은 원래 세로쓰기를 기본으로 하여 창제된 것이라는 말과 함께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세로쓰기로 글을 써보았는데, 서당에 온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하였다. 얇고 손에 잘 잡히는 폭에 재생지인지 종이 냄새가 구수해서 마치 옛날책 같은 느낌이 수수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