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I LOVE 그림책
캐드린 브라운 그림, 신시아 라일런트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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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 중의 하나가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일 거라 생각한다. 그분들은 아이들에게 드없이 가슴 넓은 존재이기 때문일 거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의 생명력을 나누어 주어야할, 사그라들고 있는 생명에 대한 알지 못할 이끌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나오는 할머니는 두가지 점에서 남다르다. 자신은 이름을 밝히지 않지만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물건들 - 할머니보다 오래 살 거라고 확신하는 것들에만 - 에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준다. 침대는 보통 침대가 아니고 자동차도 보통 자동차가 아니며 소파도 마찬가지이고 특히 할머니가 살고 있는 오래된 집도 여느 집과는 아주 다른 의미가 있다. 할머니는 자신이 직접 지은 이름으로 이것들을 불러주고 교감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 같은 것들을 넘어선다. 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에서 사라짐에 따라 겪게 되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대해 방어자세를 취하기 위해 할머니가 이름을 지어주는 것들은 모두 할머니보다 오래 살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어야 한다.

어느 날, 이런 할머니의 마음을 열고 그 두려움을 벗어나게 한 생명이 있으니, 이름하여 순둥이 갈색개다. 이 개는 할머니에게 찾아와 음식을 얻어먹고 그만 가보라는 말에 두말 없이 돌아서곤 한다. 왜냐하면 할머니는 이 개와 함께 살 생각이라곤 없기 때문이다. 개와 함께 산다면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는데 그 개가 할머니보다 오래 살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정을 쏟았던 그 개가 할머니보다 먼저 죽는다면 할머니는 또다시 외로움과 슬픔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라진 그 개를 찾고,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살게 되는 과정에서 할머니의 애타는 심정이 잘 보인다. 커다란 소파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라든지, 자동차를 몰고 천지로 찾아헤매는 모습 그리고 사육장에까지 가서 갈색 순둥이를 찾는 모습에서 할머니가 살아갈 여생은 혼자가 아니라 반드시 둘이어야함을 느낄 수 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에 관심과 사랑을 쏟는 일의 첫걸음은 그것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일이었다. 이름을 얻은 개는 이제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할머니에게 생명력을 줄 것이다. 갈색 순둥이는 마치 할머니의 돌봄을 이끌어내고 할머니로 하여금 생의 환희를 느끼게 하는 아이들 같다. 순하고 맑은 얼굴로 할머니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떼도 쓰고 애도 먹이지만, 애칭을 부르며(우리 강아지~~) 정을 쏟아붓고 그 해맑은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시는 우리의 할머니들에게 이 그림책을 드리고 싶다.

물론 물건을 아낄 줄 모르는 아이들, 주변의 것들에 작은 관심도 두지 않는 아이들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 싶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림이 그런 넉넉한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튀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색상이 전체적으로 조화롭다. 집안팎의 따스해 보이는 작은 풍경도 싱그럽다. 특히 등받이가 아주 높은 빨간색 암체어에 몸이 푹 담기게 앉아있고도싶다. 운전을 하는 할머니를 보는 것도 재미나다. 누군가에서 편지를 받고 싶은 할머니에게 날아오는 것은 세금고지서뿐이란 점이 슬프다. 이 할머니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을 써보는 것으로 독후활동을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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