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을 부르는 아이 풀빛 그림 아이 25
디터 콘제크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빈센트라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살았던 세상엔 모두가 마법사들이다. 그 마법사들은 온통 잿빛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설정은 그리 드물지 않은 배경인 것 같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미덕은 여러가지 면에서 살아난다.

우두머리 마법사에 의해 열리는 매달 한 번씩의 마법대회에서 우리의 빈센트는 대단한 마법을 해낸다. 그것은 우연히 자연에서 배운 것이다. 저 혼자 잘 자라는 갈대. 그 갈대 잎이 자연스레 가르쳐준 마법이다. 하기야 빈센트가 살았던 세상에서는 색깔만 없었던 게 아니라 소리라는 것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빈센트의 대단한 마법이 그냥 세상을 밝게 한 것으로 끝났다면 재미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두머리 마법사는 현명하다. 그리고 빈센트에게 날카로운 자극이 된다. 그 합당한 이유로 빈센트는 좌절하지 않는다. 여기서 한번더 일어나는 우리의 빈센트는 참 어여쁘다. 그 아이를 도우는 것은 역시 자연이다. 새들.. 종종종, 홍알홍알 노래하는 새들도 처음엔 자기네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빈센트의 참된 미덕은 공을 자기만의 것으로 돌리지 않는 태도다. 모두가 함께 한 일이라며 즐거워한다. 이 그림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결정적으로 흐뭇해할 것 같다. 색색으로 물든 세상은 생각보다도 훨씬 아리땁고 다채롭다.

반전이 최고의 미덕이다. 이 세상이 늘 색색깔이라면 우리는 색깔의 소중함을 잊을 지도 모른다. 즐겁게 파티를 하고 있는데 어느새 색들이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잿빛으로 변했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새운 사람은 빈센트이다. 어느 순간 세상은 다시 색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물론 새들의 지저귐이 여기저기 들리면서부터다. 우리들 세상에 밤이 되면 색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한 재치있으면서 진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기 일쑤이니 말이다.

1학년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보았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여러가지를 들었다. 음악, 공기, 동물, 나무, 꽃, 질서, 사랑하는 마음, 물, 책, 그림... 아이들 성향에 따라 대답이 나왔다. 이 그림책을 보다보니,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 떠올랐다. 시인 프레드릭과 음악가 빈센트. 역시 잿빛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예술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한다. 그림도 독특한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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