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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시계 ㅣ 웅진 완역 세계명작 2
메리 루이자 몰스워스 지음, C. E. 브록 그림, 공경희 옮김, 김서정 해설 / 웅진주니어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웅진닷컴의 완역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1877년에 씌어진 책이다.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잔소리를 싫어하고 간섭 받기 싫어하고 공부하기는 별로이고 놀기를 좋아한다. 놀이친구가 있으면 더없이 행복해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에 빠지곤 한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또한 그런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더하자면 돌아가신 할머니를 닮았다는 말 또한 아주 싫어한다는 점이다.
그 당시는 뻐꾸기시계를 집에 걸어두는 일이 흔했나보다. 대고모댁의 대저택에 맡겨진 그리젤다는 훌륭한 집이지만 놀 친구는 없이 가정교사에게 지루한 공부만 배워야하는 시간이 답답하다. 얼른 찾은 해결책은 시계 속의 뻐꾸기랑 친구가 되어보는 것이다. 밤마다 그리젤다는 뻐꾸기가 안내하는 상상의 나라에 가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운다. 사실 여기서 배운다라고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깨닫게 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시간은 소중하다, 가족은 아름답다, 순종하자,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상상하는 법을 배우고 즐기자, 제 할일을 열심히 하자, 와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이런 교훈들을 늘어놓는 방법으로 뻐꾸기를 내세워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리젤다는 뻐꾸기에게 배운 것들을 어린 친구 필에게 전한다. 그리고 돌봐주려는 책임감을 갖고 투정이나 부리던 어린이가 더 이상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역할 바꾸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에게 반항적이었다. 남동생만 편애하시고 부당한 말만 내게 하시는 어른이 싫어서 사사건건 따지고 대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내가 어른이 되어 그분을 생각해보면 그때 참 잘못했던 것 같다. 우리들은 여러가지 역할을 감당하며 살고 그 역할 또한 변하기 마련이다. 역할이 바뀌고 그 역할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은 그만큼은 정신적 성장을 말하는 것이지싶다.
독서력이 좀 있는 6학년 아이들은 이 책을 좀 싱거워했다. 하지만 독서력이 보통정도인 아이들은 꽤 재미있어했다. 역시 내용을 담는 형식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뻐꾸기가 안내하는 중국인형의 나라라든지 나비나라 같은 곳은 퍽 환상적이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판타지는 그리젤다의 꿈의 세계로 표현된다. 그래서 잠이 깨고 나면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지만 꿈을 통한 판타지의 세상을 통해 그리젤다의 마음은 조금씩 속이 영글어간다. 이 책은 편안하고 기품있는 그림이 내용을 가벼워보이지 않게 하고 더욱 환상적이며 아름답게 만든다. 너무 메말라가는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보며 한번쯤 판타지를 경험하고 고운 꿈속의 길을 걸어보는 것,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꿈속에서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흐뭇해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