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동백꽃>을 중학 1학년 아이들과 읽었다.

골계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김유정의 문장에 빠져 재미나게 읽었다. 거침없는 속어는 그대로 읽으면서 한바탕 웃기도 하고 키득거리기도 했다. '고자'라는 낱말에서 내가 이게 뭔지 아니? 하니까 어떤 남학생 왈,생식기의 기능이 온전치 못한 성인 남자, 라고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바람에 또 한바탕 웃었다.

대개 사랑을 쟁취하는 데 적극적인 쪽은 여자인 것 같다. 열일곱 소년 소녀의 첫사랑의 느낌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그리고 뭣에 밀렸는지 나와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점순이는 감자를 따근따근하게 삶아서 몰래 갖다주는 것으로 한다. 하지만 순진한 '나'는 그 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점순이를 속상하게 한다. 점순이의 사랑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닭싸움으로 번진다. 그것을 해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얻고야마는 점순이는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했을 거다. '나'는 얼떨결이지만 뭔지 모를 황홀함에 고만 온 정신이 아찔하다.

사랑.. 이 이름 앞에 영원히 떨림을 간직하고 싶어진다. 이 녀석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가 바로 사랑의 느낌이겠지?, 라고 말하는 내 눈을 씨익 웃으며 쳐다본다. 그들에게서 알싸한 냄새가 난다. 싱그럽다. 살아가며 언젠가 진실된 사랑의 느낌을 갖게 되겠지. 그땐 참 어여쁜 사랑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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