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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반양장)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연도가 1972년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표지만 보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만 보이는 이 책은 30년이 넘게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이 보편타당한 진실과 시공을 초월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애벌레에서 부터 나비가 되어 저 세상으로 간 모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러한 모든 사람을 위한 이야기다. 또한 어느 사회 어느 국가에서도 생각할 수 있는 나비들의 이야기다.
무엇이 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가 삶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종내 마음 속에 부족함을 담고 살아간다.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작은 희망의 씨앗 하나 뿌리지 못하면서 무슨 거창한 표어를 제창한다고 그 삶이 훌륭한 것을 아닐 것이다. 내 주위에 피어있는 작은 꽃들에게 먼저 생명과 희망을 주는 생명체가 나비이지 않은가. 자기본위의 안락한 삶만을 추구하는 애벌레의 단계에서 타인의 삶에 눈을 돌리는 나비의 단계가 되었을 때, 애벌레 기둥 꼭대기에 있는 허상이 아닌 진정 고귀한 삶의 목표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비'는 자신 안에 숨어있는 혁명정신을 은유한다. 나비는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성숙한 삶의 원형이다. '고치'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의 시기이자 변혁의 시기이다. 죽은 듯이 보여도 내적으로는 상당한 것이 꿈틀대며 날개를 펼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의 삶으로 보아서도 애벌레와 고치의 시기를 거치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과 안락함 속에서도 고치가 되어 죽은 듯 매달려있을 정도의 시간을 대비하고 있어야한다. 준비된 자는 기회가 왔을 때 놓치는 확률이 낮다. 자기물음에 확신에 찬 답을 스스로 제시할 수 있을 때 고치의 시기는 더 이상 고통이 아닐 것이다. 어느 단계에 있을까, 우리는?
하나의 국가나 사회도 애벌레에서 고치를 거쳐 나비의 단계를 밟는다. 고치의 단계를 비웃거나 속단해서도 안 되며 애벌레의 단계를 얕보아서도 안 된다. 애벌레가 없으면 나비는 없기 때문이다. 애벌레를 죽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죄없는 애벌레들이 죽어가고 그 애벌레들을 위해 나비의 삶을 살다가 떠난 이들의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책 속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지금도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음이다. <꽃들에게 희망을>에 내재하는 보편타당한 진실이란 개인과 사회의 역사가 굴리는 수레바퀴 아래 있는 진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중1학생들과 이 책을 다시 보며 나비같은 삶을 살다간 인물들을 떠올렸다. 전태일, 마더 테레사... 명징한 언어의 정수를 보여주는 짧고 시적인 글과 선이 뚜렷한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고학년을 위한 책이다. 올바른 성공을 한 삶이란 나비처럼 타인을 위한 삶으로 승화된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더라도 한 마리 나비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느끼는 아이들을 보며 그들이 바로 희망이라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