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에게 고소당한 알리바바 - 유쾌통쾌 시원한 법 이야기 초등학생이 처음 만나는 세상이야기 1
장수하늘소 지음, 김마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희원이는 법조인을 장래희망으로 가지고 있다. 그건 내가 저를 가졌을 때 꾼 태몽을 들려준 후로 어느 정도 자리잡아갔다. 아주 커다란 개가 나의 손을 덥석 물고 웃고 있는 꿈을 꾸고, 그때의 기분이 하도 신비로와 대형 서점에 가서 꿈풀이책을 뒤져보았다. 커다란 개는 언변이 뛰어나고 장래에 법조계나 언론계에서 일하면 좋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아이를 가진 꿈이었다. 그때 참 묘한 기분을 느꼈는데, 커갈수록 희원인 언어영역의 능력이 탁월하고 사고나 언어(말과 글)가 썩 논리적이다. 어떨 땐 피곤하게 따져대는 바람에 오히려 정이 떨어질 지경이다. 어느날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고 학교에서 한 적성검사 비슷한 것에서도 거의 똑같은 결과가 나온 후로 아이는 법조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도둑에게 고소당한 알리바바>는 초등학생이 만날 수 있는 법의 이모저모이다. 초등 5학년과 함께 수업하면서 희원이에게도 주었는데, 아주 재밌겠다며 좋아했다. 이 책은 국내외의 실례를 들어 먼저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고 그 뒤에 이어서 법과 관련한 지식과 정보를 광범위하게 제공한다. 상식이나 배경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책이라, 보통의 5학년에게는 부담되는 책일 것 같다. 6학년 정도는 되어야 흥미로워할 것 같다. 어른이 부가적인 설명을 많이 하고 관련 자료도 함께 찾아보며 책장을 느리게 넘겨도 좋겠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목차를 보며 우선 관심이 가는 소제목부터 찾아서 책장을 펼쳐도 괜찮겠다. 법과 관련하여 어떤 순서나 범위를 정하여 설명하는 형식이 아니라,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사건들과 실제 인물들을 들고나와 그 사건 속에서 법과 연관되는 바람직한 의미를 찾는 식이다.  잘못된 법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투쟁한 인물, 예를 들면 전태일이나 수잔 앤터니, 만델라 같은 사람에 대하여도 언급한다. 드레퓌스 사건, 스크린 쿼터제, 효순/미선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일들이 법과 맞물려 어떤 결과를 낳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알리바바 이야기나 영화 데드맨워킹을 들고 나오기도 하고 민감한 부분인 안락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굳이 이런 내용들이 부담스런 수준이라면 서른 가지의 실례들을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글만 읽으면 재미나다. 그러고 나서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래도 한가지 새기고 넘어갈 것은 법은 사람을 위해,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정의를 위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법조인을 꿈꾸는 희원이에게는 더욱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한번더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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