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사시사철 나는
할 말을 못하여 몸살이 난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며
다만 절실한 것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 절실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행복......
애정......
명예...... 
권력......
재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무엇일까
실상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바로 그것이
가장 절실한 것이 아니었을까

가끔
머릿 속이 사막같이 텅 비어 버린다
사물이 아득하게 멀어져 가기도 하고
시간이
현기증처럼 지나가기도 하고

그게 다
이 세상에 태어난 비밀 때문이 아닐까
 

 

-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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