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안에 또다른 미미 문원아이 18
소중애 지음, 장지선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이름은 여러번 접했던 소중애 작가를 이 책의 책날개에서 처음 얼굴을 보았다. 짧은 컷트머리에 덩치도 있어뵈고 크고 둥근 알의 안경을 쓰고, 씨익 웃고 서 있는 뒤로 낡고 작은 배 한 척이 묶여있다. 바다도 조금 보인다. 현재 아산의 모 초등학교에서 열한 명의 1학년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적혀있다. 바다처럼 품이 참 넉넉해보이는 인상이다. 

글쓴이의 말처럼, 겉똑똑이들이 많이 사는 세상에 속똑똑이 미미를 만나러 얼른 가고 싶어진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미미는 올해 입학을 해야한다. 눈이 이상하고 발육도 늦어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미미는 먹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점심을 급식으로 먹을 수 있어 학교가 더없이 좋은 건 할머니도 미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입학식 날부터 미미는 사고뭉치에 모자라는 아이로 낙인된다. 이런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대화가 솔직하게 나온다. 교사라는 입장에서 두던하는 게 아니라 여과없이 내보내주니 오히려 작가에게 믿음이 간다. 

이렇게 현실을 직시하여 내보여준다는 점은 결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부정적인 현실을 교정해보려는 의도나 희망 쪽으로 가지않고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맺는다. 어찌보면 약자가 오히려 도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미미와 할머니간의 '징글징글맞은' 옥신각신 장면은 웃음이 나오려다가 들어간다. 마음이 아파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두사람 사이에 흐르는 깊은 속정을 느낄 수 있어, 독자는 울다가 웃는 꼴이 된다. 위기 부분에서 드러나는 할머니의 슬픈 인생의 곡절과 미미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기가 막히다. 둘은 떨어져서는 못 살 사람들이다. 좋은 옷에 깨끗한 음식이 아니라, 걸레세수에 빨지도 않은 양말, 매일 먹는 시래기국이라도 미미는 할머니의 마늘냄새가 그립다.

할머니를 찾아 시장을 헤매다 만난 두사람은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유일한 곳, 아무도 모르는 강원도로 가서 살자고 약조한다. 이 부분에서 난 가슴이 황량해졌다. 이런 식으로 약자가 더 다치지 않으려고 피하는 게 현실이라 생각하니, 작가의 의도는 독자에게 역작용을 바라는게 아닌가싶다. 이 부분에서 어린이독자와 어른은 생각나누기를 잘 해야할 것 같다. 자칫하면 이 책의 결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이런 현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고 개선이나 고민의 여지를 남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할머니의 이 말은 그냥 해보는 소리인줄도 모르겠다. 워낙 자존심도 세고 강인한 사람이니 미미도 할머니도 상처 입은 기억을 되살려줄 이 동네에서 '도망'가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속정이 깊다는 걸 생각하면 그래도 개복엄마가 있는 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 잘 살 것 같기 때문이다. 이건 단지 내 바람일지 모른다.  "도망갈라문 힘이 있어야 한다. 순대 많이 시켜 먹자." 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억세지만 누그러진 말투에서 "절대 도망가지 않을거야" 라고 다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초등 4, 5학년 정도에서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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