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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면 어때, 난 나야 ㅣ 파랑새 사과문고 31
이미애 지음, 최철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얼짱이다 몸짱이다, 외모신드롬이 사회전역에 펴져있는 요즘, 뚱뚱함을 소재로 하는 동화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똥뚱해도 넌 내 친구야>와 비슷하게 뚱보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우정'이라는 커다란 힘을 잘 녹여 놓았다.
반에서 제일 뚱뚱한 동빈이, 제일 키가 작은 수호(일명 수호천사), 제일 깡마른 성현이는 외모지상주의의 잣대로 보면 자랑하고 싶지 않은 조건을 갖고 있다. 동빈이와 성현이는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동빈이는 이유없이 성현이에게 적대감까지 품고 있다. 하지만 동빈이와 성현이가 일부러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목욕탕을 찾아간 날, 그곳에서 우연한 만남을 통해 단번에 둘은 서로 믿음의 눈빛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게다가 착하고 사려깊은 수호까지, 셋은 눈에 띄는 삼총사가 된다.
두 친구는 동빈이의 살빼기 올림픽에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무엇보다 동빈이는 자기 스스로 '비만아'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떼내어 버리기로 결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생각으로 '뚱보면 어때, 난 나야, 그리고 난 이제 뚱보 그만둘래' 라고 살빼기의 필요성을 느낀다. 살이 불필요하게 많으면 건강에도 적신호일뿐만 아니라, 생활의 경쾌한 리듬을 타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때로는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생활의 불균형이 군더더기 살을 만들기도 한다.
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도 해 보게 되는 시기의 아이들, 자제심도 끈기도 가지기 쉽지 않은 아이들이 스스로 그 필요성을 느끼고 열심히 도전하여 조금씩 이루는 데서 오는 상은 바로 자신감과 성취감이다. 다른 어떤 것을 해내는 데도 주저함 없이 도전할 수 있겠다는 돈독한 마음이다. 동빈이는 우주함장이 되어 별 사이를 날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마음 속 거울에 비추어본다.
이제 동빈이는 모든 걸 자기 의지대로 실천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3학년이다. 살빼기 올림픽을 하는 중이라도 먹고싶은 걸 먹기도 하고 아니라는 생각에 그칠 줄도 아는, 자기 주도적인 행동을 한는 아이가 되었다. 수시로 엄마가 시키는대로 억지로 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자신이 필요로 하여 행동에 옮기는 살빼기를 한다.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골라 몸을 많이 움직이고, 적당한 운동을 하여 몸도 마음에도 군살 없는 생활을 하는 동빈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지금은 느린 걸음이지만 걸음마다 자신에 찬 희망이 있다.
동빈이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동빈이는 달력을 보지 않아도 봄이 왔다는 걸 마음의 소리로 들을 수 있다. 벌써 동빈이의 마음에 봄이 찾아와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봄은 약동의 계절, 새출발의 계절, 기지개의 계절인가. 아직은 미약하나마 밝고 힘찬 걸음을 내딛은 동빈이가 미덥다.
이 동화는 전제적으로 노랑과 연두의 싱그럽고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삽화가 내용과 잘 어울린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을 때 자칫 살빼기 자체의 중요성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살을 빼든, 그렇지 않든, 자기 주도적인 생각과 자제심 그리고 무엇이든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걸 놓치지 않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