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조병화 - 창외설경

                       < 창외 설경(窓外 雪景) >

                                                             -  趙  炳  華  -

 

        지금 창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일년, 이년, 삼년,

        ............ 십년을 두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묵은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지금 서울에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한번 맘먹고 새옷 차림을 하고

        누추한 서울을 찾아내리다

        .......... 다시 한번 주저한듯이

        주저하다 아주 결심한듯이

        망서리고 망서리다 아주 마음 내린듯이

        서울의 창밖에 내곁엔 눈이 와 앉고 있읍니다.

 

        서울의 사랑은 눈 쌓인 창안의 어슬픈

        보금자리 길이 막히어

        가시나무 그늘의 멧새처럼

        눈 내리는 눈속에서 진종일을 종일합니다.

 

        창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아

        ---- 서로 미워하기 위하여 나온것은 아닙니다.

        ---- 서로 싸우기 위하여 나온것은 아닙니다.

        창 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아

        그리운것이 있어 그리워하기 위하여

        사랑하는것이 있어 사랑하기 위하여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나온것입니다.)

 

        지금 창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묵은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내가슴 흐뭇이 눈이 내리고 있읍니다.

 

    어느해 이름도 잊은 신문에 게재한 조병화 선생님의 시입니다.  몇번째 시집에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 시절에는 신문에 이렇게 멋진 시가 全文 실렸읍니다.

  조병화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중 한분입니다.  이분이 옛날 우리 중고등학교 시절에 서울고교 화학 선생님인거 아세요?  학교는 다르지만( 대학 시절에 알었지만) 또 럭비 선수였던 학창시절이 있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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