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대장부 프란츠 이야기 1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사내 대장부>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프란츠 이야기 시리즈 첫 권이다. 손에 꼭 잡히는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와 크기, 튼튼해 뵈는 하드커버, 아기자기한 표지 그림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초등 저학년이 읽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주아주 재미있다. 아이들 심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재미도 솔솔하고, 여기저기 풋풋한 웃음이 묻어난다.

프란츠 이야기는 몇 년 전에 읽고 중요한 걸 깨달았던 심혜련의 <약이 되는 동화, 독이 되는 동화>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동화 속에 들어있는 독에 대하여 예리한 시선을 보내며 약이 되는 동화란 어떤 것이라고 처방하고 있는 그 책에서, '프란츠 이야기'는 약이 되는 동화로 언급되어 있다. 뇌스틀링거의 또 다른 동화 <세 친구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와 함께 프란츠 이야기는 성역할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던져버리고 양성평등으로 가는 바람직한 길을 보여주는 것으로 권장하고 있었다.

프란츠 이야기에는 일상의 언어와 행동 속에서 성고정역할의 편견을 보여주는 대목이 군데군데 나온다. 독일이나 우리나라나 다르지 않은가 보다. 하지만 신나게 펼쳐지는 프란츠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런 편견은 자연스럽게 깨어지고 없다. 딱딱한 어조로 가르치려들지 않고 꾸밈없이 보여주는 이야기 속에서 그런 걸 느끼게 해 주는 작가의 역량이 참 부럽기도 하다. 뇌스틀링거는 <깡통소년>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여 동화 읽기를 즐겁게 하는 작가다.

'프란츠 이야기'는 7살의 프란츠가 8살, 9살이 되어서까지의 이야기다. 낱권으로도 괜찮지만, 1권부터 연이어 보면 더욱 재미있겠다. 프란츠가 자라면서 겪게 되는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생각의 자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대장부>에서는 여자아이처럼 생긴 7살의 프란츠가 14살의 형에게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서 여자아이라는 오해를 받고 속상해한다. 그렇다고 바지를 홀랑 벗어보이다니... 프란츠는 정말 귀여운 말썽꾸러기다.

프란츠는 가비라는 여자친구랑 있는 걸 편안해 하고 나중에 시리즈의 다른 책에서는 명예소녀가 되어 여자팀에 들어가 축구를 하기도 한다. 가비의 마음에 들려고 요리사놀이도 하고 가비가 준비한 크리스마스선물을 슬쩍 바꿔치기하여 자기가 갖고 싶은 시계를 받고 질투의 대상인 남자친구를 혼내줬다고 흐뭇해 하기도 한다. 곱슬거리는 금발머리 때문에 더욱 여자아이로 오해 받는다고 생각하는 프란츠는 머리 모양을 바꾸어도 보지만, 결국 원래의 그 머리모양으로 돌아와, 자신의 외모를 그대로 사랑할 줄도 안다. 힘으로 약한 친구를 괴롭히려드는 친구는 프란츠의 밉지 않은 꾀에 당하기도 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또 밖에서 겪는 여러가지 프란츠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시원한 생수 한 모금처럼 시원하고 건강한 맛이다.

<사내대장부>의 표지에서 프란츠가 쓰고 있는 멋드러진(?) 모자는 엄마를 위해 특별히 프란츠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모자였다. 가비에게 부탁해 이것저것 얻은 소품들 - 장미, 못쓰는 천, 염소깃털, 초코릿 상자를 묶었던 리본 같은 것들 - 로 화려하게 꾸민 모자를 당당하게 쓰고 거리를 활보해주는 엄마에게 박수 보낸다. 부끄러워 같이 못 나가겠다고 슬슬 꽁무니를 빼는 아빠와 형 요제프와는 다른 태도로, 프란츠를 제대로 사랑하시는 엄마는 멋쟁이다. 그런데 이걸 어째, 모자에 어울리는 드레스를 다음엔 만들어드리겠다고 굳은 약속을 하는 기특한 프란츠라니. 엄마의 인내심은 어디까지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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