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어디로 갔을까 신나는 책읽기 3
이상권 글, 유진희 그림 / 창비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환경과 생태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작가 이상권님의 이 책을 오랜만에 학교도서실에서 다시 만났다. 몇년 전 기억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반가운 마음에 얼른 뽑아들었다. 친근감 드는 그림과 함께, 크고 행간을 넓게 둔 글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좋아라할 만한 소재에 책의 두께나 그림이나 글이나 모두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을 겉표지와 함께 보여주며 먼저 책을 읽을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보는 것이 좋겠다. 과학적 배경지식이 많은 아이라면 눈치도 빠르게 교과서적인 대답을 할테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라면 뭔가 기상천외한 대답을 할 수도 있겠다. 깔끔한 새침데기라면 인상을 약간 찌푸릴 수도 있고 활달하고 씩씩한 아이라면 히죽거리며 의미심장한(?) 눈짓을 할 수도 있겠지.

똥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아빠와 딸이다. 생활동화 형식으로 똥이 얼마나 많은 목숨들을 살리고 키우는지를 복잡하지 않게 들려준다. 그리고 아빠가 어릴 적 똥과 관련하여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재미있게 들려주기도 한다. 할머니가 허리병이 났을 때, 아빠가 눈 똥에 막걸리를 부어 똥술을 만들어 드시고 병이 나았던 기억을 풀며, 똥술이라면 지금도 제일 무서운 것이 되어버렸다는 아빠의 이야기도 신기하다. 똥 이야기 해 달라고 조르는 딸을 위해 똥에 대한 옛날 옛적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아빠의 목소리도 있다. 아마 낄낄대며 말하고 듣고, 그랬을 거다.

더럽다고 생각하는 똥을 먹고 탐스럽게 자란 오이와 복수하려고 친구집 개구멍 앞에 눈 똥에서 자란 개똥참외에서 똥 냄새는커녕 향긋하고 싱싱한 냄새가 나는 것, 아이들의 똥을 먹고 튼튼하게 잘 큰 개를 동네 어른들이 잡아먹은 이야기, 이런 것들을 통해 자연은 돌고 돈다는 것을, 자연에 있는 모든 목숨은 서로 연결되어있어 먹고 먹히며 서로 돕는 관계에 있다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하겠다. 확장하려면 <똥의 재발견>을 같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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