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
신은재 그림, 로버트 멍어 외 글, 혜인이와 아빠 옮김 / IVP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여름에 이사를 온 이후로 아이들과 난 교회를 제대로 다지지 않고 있다. 게으른 탓일 게다. 사실 내가 교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시댁 어른들로 인해서이다. 종교가 없었던 친정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일요일이면 늦잠도 자지 못하고 교회에 끌려(?) 가곤 했었다. 아직도 난 마음에 불이 붙지 못하고 어정정한, 아니 낙제생이다. 내가 이 지경이니 두 아이들도 그렇게 잘 가던 주일학교를 아예 다니지 않고 일요일 아침이면 다소 느긋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다. 3년전 큰아이가 처음 주일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만 해도 어찌 그리 열심이던지, 보기에도 참 좋았는데... 요즘은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늦잠을 자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안 가려고 하고, 작은 아이도 전염되어 그냥 가기 싫다고 한다. 아마 같이 다닐 만한 친구가 없어서도 그런 것 같다.

서재여행을 하다 건강맘님의 리뷰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어린이를 위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보고 싶어서 구입했다. 어른들에게 한 어느 날의 설교를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엮은 것이라 한다. 그래서 머릿 속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말씀으로, 설교가 아니라 그냥 동화 한 편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큰아이와 같은 나이 4학년이다. 이 아이의 마음에 그리스도를 위한 집을 흔쾌히 내어주기까지, 평범한 일상에서 빚어지는 아이다운 사소한 갈등과 심리가 포근한 그림과 함께 자상하게 펼쳐진다.

낙재생 신앙인이지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위험할 때나 절망적일 때나, 언제나 곁에 있는 높으신 분의 존재를 믿는다. 그런데 내 마음 속에 주인공 여자아이의 상자처럼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상자는 없는지, 생각해본다. 아이는 그 분 앞에 이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이고 용서를 받는 순간, 마음 속에 쏙 들어오시는 그 분의 존재가 삶의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내 마음은 튼실한 그 분의 집이란 걸 잊지않겠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도 이런 믿음이 자리하면 좋겠다.

요즘 학원이다 공부다 여러가지로 바쁘게 다니는 큰아이를 바라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수학문제랑 씨름하느라 그렇게 좋아하는 책 읽기 시간을 많이 못 가지는 아이를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종내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오늘은 아이가 돌아오면 꼬옥 안아주고 이 책을 슬며시 건네야겠다. 아니,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것도 좋겠다.

신은재님의 그림은 아이의 예쁜 얼굴이 돋보이고 전체적으로 포근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어 좋아한다.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글과 그림이 조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글의 내용 모두를 그림으로 담기가 다소 무리가 되는 부분이 있어 그랬겠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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