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함께 보는 옛이야기 명판결 - 3.4학년
이재원 지음 / 두산동아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두 학년씩 묶어 3단계로 나누어 출판되었다. 학년별로 적절한 옛이야기와 변호사의 덧붙인 글이 재미있다. 옛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불합리해 보이는 면이 많다. 그래서 옛이야기 다시쓰기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 시켜보면 톡톡 튀는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옛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이재원 변호사 아저씨가 옛이야기 속 불합리한 사례에 오늘날의 법을 적용하여 판결해 놓은 글을 읽는 재미가 더 하다. 이야기 속에서 짚어보아야 할 일들을 변호사 아저씨는 명쾌하게 판결을 내려 '서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이 왜 필요한지 느끼게 한다. 그저 재미만으로 읽은 옛이야기를 이렇게 꼬집어 오늘날의 가치관으로 재해석할 수 있어 아주 흥미롭다.

보다 논리적이고 정의감이 많은 아이라면 더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세상의 여러가지 일들을 잘 저울질하여 고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사람으로 되기 위한 아기걸음이 되겠다. 그리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판단력으로 이웃을 생각하며 나의 행복도 스스로 가꿀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어린이들이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한 우리말에 대한 뜻풀이를 책장마다 달아놓았다는 점이다. 특히 옛이야기를 읽다보면 종종 접하게 되는 어휘와 속담 그리고 옛물건들에 대한 뜻을 쉽게 풀어서 책장의 아랫쪽에 적어놓았다.

쉽고 곱지만 오히려 생소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순우리말과 쉬운 풀이가 필요하다싶은 낱말에 대해 간단하게 풀어 쓴 설명이, 이야기를 더 재미있고 쉽게 읽히게 한다. 예를 들어, '새앙쥐 볼가심할 것도 없다'는 몹시 가난하다'는 뜻을 담고 있어 재미있다. '이슬 아침'은 '내린 이슬이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이라는 뜻의 곱고 예쁜 우리말이다. 그리고 '몽니'는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을 말하는 것으로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더욱 몽니를 부리며...'라고 쓰인다.

잘못 쓰고 있었던 단어도 한 가지 발견했다. 보통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 참!' 이렇게 잘쓰는 '어처구니'의 뜻은 '상상 밖의 큰 물건이나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거짓말 잘 하는 사위 뽑기'에서 "허허허! 저런 어처구니가 있나! 배운 것은 없어도 참으로 지혜로운 총각이로군." 이렇게 쓰이고 있었다. 그럼 '뚜께버선'과 '방통이'와 '때꼽재기'는 무얼 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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