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지음, 에두아르 부바 사진,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는 걸 두려워한다. 뒷모습의 쓸쓸함을 두려워한다. 굽은 어깨와 그 위에 얹힌 무게를 아파한다. 언제부터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병을 얻은 나에게 매일 기숙사까지 찾아와 주사를 몰래 놓아주고 도둑처럼 가시곤 했던 엄마의 뒷모습을 본 이후인 것 같다. 밤도 아주 깊은 시각 가게 문을 닫고 뒷정리를 하고 계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에 박힌 무거운 삶의 무게를 느낀 이후인 것도 같다. 내 가슴을 한 방 치고 간 당신들의 뒷모습은 세월의 강물을 따라 또 여러가지의 영상으로 내 눈에 박혀있다.

난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알지 못할 것이 북받쳐 두근거린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매고 오늘도 아파트 공원길을 따라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발걸음을 눈을 떼지 못하고 한동안 바라본다. 그 어깨에 그 다리에 언제나 경쾌한 희망이 매달려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한동안 서서 바라본다. 어깨 당당히 펴고 힘차게 나아가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그런다. 그런데 우습게도 남편의 뒷모습은 아직도 낯설다. 남편도 나의 뒷모습이 그렇게 느껴질까? 어떨 땐 신기해 눈에 박아둘 듯 쳐다보곤 한다.

<뒷모습>은 여러 부류 사람들의 뒷모습만을 담은 흑백 사진첩이다. 하지만 인물에만 촛점을 두었다기보다는 배경과의 소통에 더 큰 의미를 둔 것 같다. 보는 이의 눈을 배경으로 바로 끌지 않고 중간에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두어, 그걸 매개체로 하여, 어떤 효과를 노리로 있는 것 같다. 그 뒷모습들이 배경에 조화롭게 박혀 그림처럼 많은 걸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 이야기를 미셀 투르니에는 자유분방한 자기 사유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사유의 방식이 옳다 그르다 따져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따라가보는 것만으로 나쁘지 않다. 내 사유의 세계를 살찌울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차피 주관적인 세계에 사로잡혀 사는 게 사람이지 않은가. 이국적인 배경과 그보다 더 이국적인 인물의 뒷모습들, 그리고 투르니에의 사진이야기 읽기가, 내 '뒷모습 바라보기'의 범위를 더 크고 넓게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연민과 애정으로 내가 보는 모든 뒷모습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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