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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지음, 박건웅 그림 / 실천문학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단순하고 소박했던 <콩, 너는 죽었다>가 화사한 색채로 단장하고 5년만에 더 나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4부로 나누어 소재별로 싣고(자연, 우리집, 우리 학교, 할머니), 10편의 동시를 더 담았다. 목차도 좀 바뀌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앙증맞게 그려져있는 그림이 동시의 소박한 느낌을 잘 살려준다.
김용택 시인이 참 부럽다. 아이의 눈을 그렇게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난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없어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했고, 지금도 도심에서 그저 아파트 공원을 거닐고 바라보는 정도가 자연만나기의 전부나 다름없다. 게으름 탓이리라. 시인은 자연에서, 자연처럼 꾸밈없이 아이들과 뒹구는 모습으로 내 머릿속에 그려진다. 보이는 그대로 술술술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더없이 순수해서 좋다.
그 속에서 풋풋하게 읽을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이 살아있어 더 좋다. 시인은 병들고 지쳐가는 자연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만큼 자연을, 우리 땅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보인다. 또한 그림 그리듯 읊고 있는 시골풍경은 말끔하니 세수한 얼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소박한 모습이라 더 정감있다. 마치 아이들이 몽당 크레파스로 정성껏 쓱쓱싹싹 칠해놓은 그림같다.
읽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 놓다가 미소짓게 하기도, 한숨 쉬게 하기도 하는 건, 그 풍경 속에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생활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손의 소중함, 동네 사람들의 모습,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 교실 풍경, 아이들의 숲 속 소풍길 같은 것들을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면, 전염이라도 된 듯 나도 시인처럼 아이의 눈을 닮아가는 것 같다. 참 마음이 맑아진다. 시인은, 도시로 빠져나가 빈집이 늘어나고 외롭게 홀로 사는 노인분들이 늘어가고 분교마저 폐교 위기에 있는 학교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생활이 묻어나지 않고 관념으로 예쁘게만 지어놓은 동시보다, <콩, 너는 죽었다>는 자꾸자꾸 들여다볼수록 마음이 맑아지는 특별한 수수함이 있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소리내어 읽으면 입속이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