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 작은 나무 9
신정민 지음, 정문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툭>은, 굳이 쟝르를 나누자면, 생활판타지동화다. 이런 구분은 불필요하지만, 이 동화가 어떤 내용일거라는 짐작은 하게 하는 구분이다. 툭, 이라는 소리흉내말이자 부사는 우리 생활 속에서 그야말로 툭하면 들리는 소리다. 귀를 잘 기울여 듣지 않았을 뿐이다. 작가는 그런 작은 생활 속의 소리 하나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상상의 세계를 끌어내었다. 툭을 거꾸로 놓고 보면 노크라는 아이들의 얘기는, 툭이라는 도깨비상자를 툭툭 건드리면 환상세계로의 출입문이 열리는 것으로 보아 꽤 그럴싸하게 들린다.

주인공 민이는 지각대장이다. 지각대장 존이 등교길에서 만난 것을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면 지각에 거짓말까지 한다고 야단을 맞았듯이, 민이도 비슷한 처지의 소위 말썽꾸러기이다. 집에서도 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툭하면 꾸지람을 듣는다.

그런 민이가 우연히 도깨비 할아버지가 실수로 떨어뜨린 '툭'이라는 도깨비상자를 주운 하루 동안, 아주 특별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툭툭 튀는 팝콘의 나라', '툭툭 떨어지는 물방울의 나라', '툭툭 열리는 꽃과 열매의 나라'가 민이와 친구들의 눈앞에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나쁜 어른들의 손에 들어갔더라면 이런 즐거운 나라는 펼쳐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민이가 학원에서 '툭 상자' 덕분에 그냥 집으로 오고 만 일은 삽화와 함께 아주 신난다. 왜냐하면 민이의 속마음은 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좋을리 없기 때문이다. 핑계거리가 잘 생긴 거다. 팝콘의 나라에서 팝콘에 묻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민이의 얼굴도 무지무지 행복하다. 아름답고 황홀한 꽃과 열매의 나라에서는 또 어떻고...

이렇게 실컷 스트레스를 해소한 민이는 이제 툭하면 잔소리에 꾸지람을 하시는 어른들을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래서 '키가 한 뼘 더 쑤욱' 자란 것 같은 민이는 어느 날 또 다른 짧은 환상여행을 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키가 또 한 뼘 더 쑤욱 자라겠지. 환상의 시간은 마음의 시간이다. 즐겁게 기꺼이 보내는 시간은 짧다. 그러나 실제의 시간인 자연의 시간이 꼭 마음의 시간과 일치하진 않는다. 어떤 것이 진짜 소중한 시간일까? 아이들도 어른도 기꺼운 마음의 시간으로 살고 싶은 건 꿈이겠지. 하지만 생활 속 어딘가에 그런 시간으로만 존재하는 곳이 분명 있는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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