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나무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이 책에 실린 기상천외한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가능성의 나무'라는 원제의 가지들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바라보는 미래의 가능성들을 자유발랄하게 공상, 상상, 상황 뒤집기 같은 식으로 들려주며, 이야기마다 전율적이다.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그 자체가 '가능성의 나무'라 불릴 만하다.

베르베르는, 책에도 언급되어있듯이, 우주에 존재하는 다른 생물의 눈으로 '인간 바라보기'를 한다. 인간만이 우주의 주인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게 한다. 그래서 작가는 사람의 상식을 180도 뒤집어버리기를 즐긴다.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적나라함이 소름끼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지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라 권한다.

빠른 호흡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연습을 위해 썼다는 그의 단편들은 장편들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뇌에 전극을 꽂아 컴퓨터에 바로 연결하는 식 같은 것이다. 상식적으로 사는 것에 익숙한 나는, 상식 완전히 뒤집기와 매번 예측이 어긋나는 결말에 다소 놀라며, 그의 '가능성의 나무'를 더듬어갔다.

기상천외한 상상을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베르베르의 과학, 종교, 철학, 역사에 대한 지식들을 살짝 엿볼 수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에 대한 그의 사유는 다소 비관적이기도 낙관적이기도 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 세상을 꼬집기도 하고 좀더 겸허해져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우선 보기에는 너무 자유분방한 상상의 나무가 집중력을 흐려놓는 면도 있지만, 다시 보면 장점도 많은,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책이다.